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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4.10 17:50: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종복

전 충북여성발전센터소장

필자는 며칠 전 충청북도여성발전센터 소장으로 38년의 공직 여정을 마무리한 따끈따끈한 퇴직공무원이다. 그렇지만 아직 몸과 마음의 사이클은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도 변함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났다. 늘 생활화 되어 있던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하나보다. 평상시처럼 남편과 아침식사를 하고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분명 매일 일어났던 일상이긴 한데 달라진 것은 이제 내가 출근할 곳이 없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서재로 들어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으니 실감이 난다.

퇴직은 인생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던가? 그래, 이제부터 나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의 신분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에 와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니 세월의 흐름이 마치 빛의 속도와 버금가는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최근 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선에서 일하던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꽃다운 목숨을 버리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지만, 필자는 인생의 반평생을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살았다. 사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발전하는 것은 환영할일이지만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그럴수록 심한 스트레스와 업무과중에 시달리게 된다.

퇴직을 한 지금 지나온 세월의 흔적들이 지금에 와서는 아쉽고 그리운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필자 역시 때로는 절벽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금에야 지난날의 고생마저 추억의 장면으로 뇌리에 스치지만 공공복지의 일선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창구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직사회에서도 소수로 차별받고 있는 사회복지직의 선배로서 그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는가? 지금 내 앞의 일을 사랑하자, 그리고 현재의 관계 맺음에 충실하자" 고 말하고 싶다. 일선에서 물러난 퇴직공무원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던지는 말이라고 비판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물론 단발성의 관심이 아닌 제도적 변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에도 십분 동의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랑하는 후배들이 더 이상 잘못된 현실이나 장애에 부딪쳐 좌절하거나 꽃다운 목숨을 쉽게 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던지는 어느 퇴직 공무원의 당부 즈음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재직기간에 있을 때 직원들과 넌센스 퀴즈를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금(金) 중에 가장 귀하고 소중한 금(金)이 무엇이겠는가?"라는 질문에 직원들의 답변은 이구동성이었는데 그 중 한 직원이 필자의 생각과 꼭 일치하는 대답을 했었더랬다. 그 대답은 바로 '지금(只今)'이다.

필자 역시 60평생을 살아오면서 '지금'이란 단어를 가장 귀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만약 당장 해야 할 일을 못하고 퇴직을 맞이했다면 필자는 억울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내일'과 '나중'이란 단어는 불투명하기에 '지금'이란 귀중한 시간을 항상 내 곁에 두며 살아왔기에 퇴직한 지금 이 순간 그리 억울할 것은 없다. 그리고 아직은 내게 휴식이 좀 더 필요하지만, 지금 내게 어떤 일이 주어진다면 그 일에 "Yes"라고 감사히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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