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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충북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

"경매에서 내 이름을 빼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은 내 작품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베니스비엔날레에 개인전으로 참가한 이우환 선생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우환 선생은 한국 출신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작품과 평론 활동 등을 병행하며 다마미술대학의 교수이기도한 세계적인 미술인이다. 선생은 일본의 모노파 운동의 중심으로서 서구 중심의 미술이 동양정신에 눈을 뜨게 기여하기도 하였으며, 세계 최고인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보여주었던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 등에서도 작품 한 점에 수십억원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블루칩 작가이기도 한 그가 한국의 경매에서 자기의 이름을 빼 달라하고, 심지어는 국내 화랑에서도 당분간 전시를 열 계획이 없고, 자신이 거래하는 유럽 화랑들에서도 한국 사람들에게는 작품을 팔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값이 오른다는 것만을 생각하고 돈만으로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싫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기까지 한 사건이다.

우리는 왜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말 소중한 작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지금 우리는 경제적 수치가 모든 것을 평가하고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글 중에 각 나라의 중산층 기준을 다룬 글이 있었다.

이글에서 보면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30평 이상 아파트를 소유하고, 월 급여가 500만원 이상이며, 2,000 CC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등등 숫자에 의하여 모든 기준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흔히 이야기하는 선진국-미국, 영국, 프랑스 등-들의 중산층 기준을 보면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으며, 요리를 할 줄 알고,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 등으로 기술되어 있다. 의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제 우리 한국도 배고픔이라는 것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고, 경제 규모로는 다른 나라에서도 부러워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도 무엇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을 뜻하는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해외에 나가 보면 한국이 잘 살고 있는 나라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된다. 가전제품을 보더라도 이미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각국의 매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진열되어 있다. 자동차도 이제는 세계 제일의 메이커들이 경계하는 대상이 되어 버렸다.

또 문화는 어떠한가. 싸이의 노래가 유튜브 조회 수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K-Pop 스타들의 음반이나 공연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술 또한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경매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외형적으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되었다.

이제 우리의 삶도 변해야한다.

의식의 개혁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숫자'가 아닌 '의미'로도 삶이 풍요롭게 느껴지고 그러기에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적 기여의 보람과 개인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 선거철이어서인지 주변에서는 변해야하고 개혁해야한다고들 무수히 외치며, 중산층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나 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지, 잘 산다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아직도 중산층의 기준을 숫자상으로만 계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에는 조금 더 성숙하고 나아질까 기대해서인지 또 안타깝기 그지없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진정한 중산층으로의 의식 변화와 개혁은 언제 가능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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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