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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24 18:22: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도굴(盜掘)의 사전적인 의미는 '법적 수속이나 관리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고분 따위를 파거나 광물을 캐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꼭 땅속이 아니더라도 사찰이나 고택에서 옛 유물이나 유품을 훔치는 행위도 넓은 의미의 도굴로 보고 있다.

몇년전 국내 최고 수준의 도굴꾼으로 불리는 서모씨가 "내가 직지를 훔쳤다"고 말해, 지역의 주목을 끈 바 있다. 또 얼마전에는 1백년전 청주 음식문화를 다룬 '반찬등속'이라는 고문헌의 존재가 확인되기도 했다.

1백년전 청주 강서의 한 양반가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반찬등속은 아쉽게도 우리 지역이 아닌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강서지역에서 도난당한 것이 여러 경로를 거친 끝에 민속박물관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도굴꾼들이 활개를 쳤다. 실록에도 도굴과 관련된 내용들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충북 불교의 공간적인 종가(宗家)가 되는 속리산도 자주 등장한다. 지금은 법주사가 도내 최고의 대찰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복천사(福泉寺·지금의 복천암)도 그에 못지 않았다.

복천사는 신미대사가 주지로 있을 때 세조 임금이 방문했던 사찰로 유명하다. 이때 세조는 불전 이상의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을 한다. 둘은 세종대부터 가깝게 지낸 사이였다.

'임금이 속리사에 행행하고, 또 복천사(福泉寺)에 행행하여, 복천사에 쌀 3백 석, 노비 30구, 전지 2백 결을, 속리사에 쌀·콩 아울러 30석을 하사하고 신시에 행궁으로 돌아왔다.'-<세조실록>

이 때문인지 복천사는 당시 도굴꾼들의 주요 목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지경'이라는 도굴꾼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일반 도굴꾼이 아닌, 머리를 깍고 실제 중 노릇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중'이라는 표현이 따라다녔다.

'의금부에 전지하기를, "중 지경이 정릉(正陵)을 발굴하였고 또 사자암·복천사·유점사의 금은불상을 훔쳤다 하니, 추국하여 아뢰라" 하였다.'-<성종실록>

정황상 중 지경은 복천사, 유점사 등 전국 명산의 대찰은 모두 손을 댄 것으로 여겨진다. 사자암과 유점사는 모두 금강산에 위치했던 명찰이다. 따라서 실록은 지경을 '도둑 賊'(적) 자를 써 '적승'이라고 표현했다. 도를 닦는 수도승 앞에 '적' 자가 붙은 것은 지경이 조선시대 제 1호로 여겨진다.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경력 강숙회를 진산에 보내어 고한 사람 오을미를 잡아 도사 안햐와 함께 진도에 가서 그 무리인 박은손을 체포하게 하고, 또 도사 윤여림을 시켜 적승 지경을 체포하도록 하라" 하였다.'-<성종실록>

지경이 도굴한 것은 개인 사찰이 아닌, 대부분 내부(內府·내시부의 별칭)에서 보낸 것들이었다. 내시부는 궁중의 일을 총괄하던 곳이었다. 실록의 표현이 맞다면 속리산 복천사에서 도난당한 것들은 세조가 하사했던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승 지경이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기술된 것이 없다. 다만 그 형량을 추정케 하는 표현이 보인다. 성종실록에는 '내부(內府)의 재물을 도둑질한 자는 참(斬)한다'라는 표현이 보인다. '참'은 목을 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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