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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부장

20여 년 전 장피에르 주네의 판타지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가 세계의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한 과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크랭크라는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조로증 환자이다. 그는 아이들을 유괴해 그들의 꿈을 훔치고,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겪는 공포와 탈출, 그리고 악몽만을 꾸며 불안에 떠는 아이들의 표정을 담은 스릴러다.

이 영화는 일반 세트장이 아닌 벽돌·철제·콘크리트 등으로 연출한 옛 창고건물에서 촬영되었다. 이 때문에 영화가 상영된 이후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공장풍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우직한 멋에 눈을 뜨고 빈티지를 삶의 공간으로, 문화공간으로 연출하기에 이르렀다. 날고 오래된 것이 멋스럽고 튼튼하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가져준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손으로 만들고 빚고 연출하던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과 함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크고 작은 공장들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사람이 하던 것을 기계가 대신하고 기능성과 견고성, 그리고 생산성을 강조하면서 철제와 플라스틱류가 쏟아졌다. 한쪽에서는 인간의 본성이 변질되거나 훼손되고 엄청난 환경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때를 맞춰 세계 각국은 빈티지가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뉴욕 도쿄 런던 파리 등 세계의 도시마다 공장건물을 활용해 쇼핑시설과 문화공간을 꾸미거나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공장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선보이기도 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철재 조명, 철제 스툴 등으로 연출시켜 빈티지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다. 레스토랑과 카페도 화려하게 장식된 공간이 아닌 낡고 허름하게 연출시키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2011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는 것도 아트팩토리의 시대정신 외에도 빈티지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전시를 통해 작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각종 기계, 폐자재 등을 활용해 공간을 연출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연초제조창을 정비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구석구석에 책상, 의자, 책장, 진열장, 다반, 열쇠케이스, 구두통 등이 쏟아졌는데 하나같이 똑 같은 게 없다. 형태와 색깔과 디자인이 제멋대로다. 이곳에서 근무했던 분께 그 연유를 물었더니 공장 내부에 목공소가 운영되면서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기계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았으며 실용미학을 실천하고 새로운 문화가치를 만들었던 것이다. 비록 낡고 오래된 것들이어서 세월의 때가 가득했지만 꼼꼼히 살펴보니 모두들 속살까지 매끈한 생얼미인이다.

세상에 버릴 게 하나 없다. 쓸모를 다 한 것도 인간의 온기와 예술가의 손길이 만나면 소중한 작품이 된다. 더 이상 쓰레기를 만들고, 쓰레기를 양산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맑고 향기로운 도시, 사람들의 꿈이 영그는 도시는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고, 온 몸으로 품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문화도시 문화복지의 첫 출발이기도 하다.

빈티지는 업사이클(upcycle)의 정신이 내포돼 있다. 업사이클이란 버려진 물건에 예술혼을 불어넣어 가치를 상승시키는 작업이다. 단순히 재활용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한 단계 뛰어넘은 자원 활용 방식이며 청주를 맑고 향기로운 도시로 만드는 작은 실천이다. 올 가을 청주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고 소망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일들이 쏟아질 것이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면서 버려지고 방치된 옛 것들을 모아 생활도구로, 예술작품으로 탄생된다. 천조각을 모아서 가방을 만들고, 폐유리를 녹여서 시계를 만들며, 폐목으로 다이어리와 의자를, 폐지를 활용해 화분이나 서류함을, 폐가구를 모아 공예가 물결치는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게 된다. 지나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는 새로운 문화가치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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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