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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4.27 18:15: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아직도 나는 맨 처음 야간 비행을 하던 때 보았던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평야에 드문드문 흩어진 불빛만이 별처럼 반짝이던 캄캄한 밤의 모습이. 그 불빛의 보금자리 안에서 사람들은 읽고 생각하며 마음속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다른 보금자리에서는 어쩌면 우주를 탐색하며 안드로메다 성운을 계산하고, 또 저쪽에서는 사랑을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살아있는 별들 가운데에는 닫힌 창문과 꺼진 별빛과 잠든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을 것인가....... 우리는 서로 맺어지기 위해 꼭 노력해야 한다. 들판 여기저기에서 타오르는 저 불빛들 중 몇몇과 소통하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글이다. 사춘기시절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많은 이들에게 읊어 주리라 마음먹은 글귀이며 내가 읽은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인간에 대해 깊이 사색하게 만드는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중한 본란에 길게 소개하는 이유이다.

유난히 불빛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던 내가 빛을 만드는 한전에 들어오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이겠지만 직장 덕분에 나름대로 빛에 대한 많은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서른 지나 한전에 입사했다. 연수를 마치고 청량리역에서 안동집으로 향하는 중앙선 열차 안에서 바라다 본 창밖 불빛들, 우리나라에 전주가 그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으며 동네마다 점점이 박혀있는 불빛들이 얼마나 정겨운 색채를 띠고 있는지를 난생 처음으로 깨달았다. "여러분은 빛과 열과 동력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전기로써 세상을 밝게 비추며 따뜻하게 하고 세상을 움직일 힘(Power)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힘주어 강조하던 연수원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90년도 초만 해도 첩첩산골에 있는 몇몇 집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신입사원시절 충북북부 오지에 대한 전기공급 사업으로 마을에 환하게 불이 밝혀졌을 때 느꼈던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94년도 여름 단양지역에 큰 수해가 나서 모든 길이 끊어지고 수몰되었었다. 우리직원들이 임시도로를 만들면서 컴컴해질 무렵 가장 먼저 도착하였다. 먹을 물과 음식도 제공하고 전기를 공급했을 때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던 순간은 지금도 흐뭇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불빛 한 점 없는 그 칠흑의 단절과 캄캄한 공포가 전기불빛으로 다시 평온을 찾고 이웃과 연결되어졌던 것이다.

이제 난 한 달 후면 한전에 입사한지 20년이 된다. 선배보다 후배가 훨씬 많은 고참의 대열에 서있다. 돌이켜 보면 신입사원시절 빛과 열과 동력으로 세상을 밝히라는 그 말처럼 최선을 다했는지는 반성의 여지가 있지만 후배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만큼은 보람 있었으며 자부심과 긍지도 있다. 이는 우리들이 구축한 대한민국 전기의 위상 때문이리라.

1887년 경복궁 건천궁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전구에 불을 밝혔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지난 지금 문명의 총아라고 일컬어지는 전기는 산업화를 가속시켜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 세계적인 전력기술은 해외에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은 가끔 많은 전력인들을 낙담케 하고 있다. 100원 팔면 10원 손해 보는 현실적인 한계는 그만두고 무조건 공기업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정치적 포퓰리즘과 집단 님비현상은 마지막 지탱할 자존심마저 망가뜨린다. 전력은 국가의 주권이다. 지금 당장의 안위만 생각하다가는 에너지 패권, 에너지 전쟁시대에 세계적으로 성장시켜온 전력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좀 더 포괄적 안목과 거시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제 전기가 없는 문명생활은 불가능하며 상상할 수도 없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컴퓨터를 생각해 보자. 그러면 냉장고는· 엘리베이터는· 수돗물은· 공장의 기계는· 병원은· 휴대폰은· 모든 게 단절된 캄캄한 현실이 떠오른다. 원시사회로 돌아가지 않는 한 전기는 몸의 혈액처럼 문명생활의 생존필수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전기는 문명세계 소통의 매개이다.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읽고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우주를 탐색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게 하는 것. 음과 양이 만나 일으키는 에로틱한 문명의 불빛이며 양도할 수 없는 주권이다. 이제 닫힌 창문을 열듯이 공기처럼 당연시 여기던 전기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 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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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