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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수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외솔회 회장

최근 소식에 의하면, 경남의 모 초등학교 교사가 목을 매어 숨졌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교감승진을 앞두고 학교장에게 근무평점을 부탁했으나, 승진할 수 없음을 알고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중학교 배구선수 학부모는 교장실을 찾아가 술병을 던지고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다고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들이다.

요즘 대중매체에서는 심심치 않게 학생들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남학생이 수업 방해를 꾸짖었다는 이유로 40대 여선생님의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든가, 충북의 모 고교에서 수업 중에 태도가 나쁜 학생을 지도하다가, 어깨를 툭툭 쳤다는 이유로 여선생님이 폭행을 당했다든가, 강원도 모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을 괴롭힌 학생을 불러 주의를 주던 중 이 학생으로부터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당했다든가 하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학교에서 학생을 야단쳤다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등의 교권 침해 사례가 최근 10년 간 9배나 급증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 교권침해 사례가 66건이나 접수됐다는 한국교총의 보고도 있다니, 정말 난세는 난세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백 년을 앞두고 좋은 교육을 시행해야 그 결과가 훌륭하게 나올 것이라는 교훈이다. 이런 말이 아니라도, 우리나라가 개국 이래 숱한 교육자들이 제자들에게 탁월한 가르침을 베풀었고, 그 제자들이 또 제자들을 잘 가르쳐 반만 년 역사를 이끌어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신라 시대의 화랑제도를 비롯하여, 고려시대의 국자감ㆍ성균관, 조선시대의 성균관, 향교, 서원, 서당과 같은 기관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집현전ㆍ언문청과 같은 연구기관도 있어서, 훌륭한 인재들이 수도 없이 나왔음은 물론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김홍도의 풍속도에서 스승 앞에서 회초리를 맞고 우는 어린이를 보고, 그것을 아동 학대라거나 폭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그것은 그 어린이가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말썽을 피워서 야단을 맞는 것으로 알고, 그 스승에게 존경심이 우러나는 그런 그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스승이 제자를 때리는 것은 폭행이며, 부당한 행위라고 치부하게 되었다. 게다가 핵가족이니 가족계획이니 해서, 적은 자식을 끔찍이 여기는 부모들의 심리와 맞물려 금쪽같은 자기 자식을 때리면, 학교에 찾아가서 항의하고 폭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교사에게 폭행을 가하고, 고소ㆍ고발을 일삼더니, 급기야 얼마 전부터는 '학생 체벌 금지'라는 해괴한 법까지 만들어 교육자들의 사기를 꺾어 놓고 있다.

하기야 교사들이라고 치외법권 속에 있다거나, '손에 먼지도 안 묻히는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 전에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학부모들한테서 지나친 접대나 뒷돈을 받는다든지, 특별한 학생들에게는 좋은 대우를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부당한 폭력이나 횡포를 저지르는 교사들도 많았다. 승진을 위해서 뇌물을 주고, 또 그 뇌물을 주지 않으면, 승진이나 좋은 보직을 주지 않는 악습은 오히려 교육계에 더 팽배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요즘의 교육계는 정말 너무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교사들의 월급은 다른 직종에 비하여 적으며, 승진의 길조차도 그리 넓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많은 일거리가 주어지고, 상부의 지시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학생들의 무질서와 학부모들의 지나친 관여는 그들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런 마당에 그들에게만 사명감이니, 양심이니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급기야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폭력 등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팀을 가동하기로 하고, 전ㆍ현직 교원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추천한 전문가 등 108명으로 제3기 '교권 119'를 구성해 발족식을 열었다고 한다. 이 기구는 앞으로 전국 각급 학교에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가까운 곳에 있는 위원 두,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당일 곧바로 현장에 출동할 예정이며, 해당 학교에서 진상조사를 벌인 뒤 교권을 침해당한 교원을 돕는다고 한다.

얼마나 교권을 수호할 방법이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상태에 이르게 된 연유는, 가정교육에 그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철없는 피교육자편만 드는 국가나 사회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오늘의 학생은 미래의 교육자이며, 국가와 사회의 기둥이다. 그들을 무조건 귀엽고 귀하게만 키우면, 나중에 허약하고 저만 아는 이기주의자가 될 뿐이며, 그들이 주도하는 시대는 불행할 것이다. 이제라도 국가나 사회는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바른 교육관과 사명 의식을 펼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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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