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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지금도 주말이면 즐겨보는 개그프로그램인데, 예전에 '대화가 필요해'라는 한 코너가 있었다. 부부와 고등학생 자녀로 분한 개그맨들이 나와 대화가 부족한 저녁 식사 시간에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다루었는데, 대화가 단절된 현대 가족의 모습을 풍자하여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아버지는 학교를 다녀 온 자식에게 하루 종일 어디를 갔다 왔냐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 부인과 자식이 묻는 말에 답변이 어려우면 '밥 묵자'하며 말문을 닫거나 화제를 돌린다. 서로 무관심한 모습과 동문서답식의 대화 내용이 웃음을 자아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 간의 정이 점점 사라지는 요즘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잔상이 남기도 하였다.

최근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무척이나 인기인가 보다. 조그만 기기 하나에 인터넷을 비롯한 온갖 기능들이 다 들어가 있어, 이것이 정말 휴대폰인지 다기능 복합기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나는 다루기 복잡한 기기는 좋아하지 않아 그냥 준다 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데, 출퇴근길 또는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이 휴대폰의 작은 화면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하루는 전철 안에서 본 풍경이었다. 내 옆쪽에 연달아 앉아 있던 한 젊은 남녀가 열심히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영화를, 한 사람은 오락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둘 다 넋이 나갈 정도로 재미있게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 한 역에 이르자, 서로 휴대폰을 끈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전철에서 내렸다.

아마도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던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애정행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함께 있는 동안 서로를 외면한 채 어떻게 무의미하게 같이 앉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래 사귀어 이젠 하고 싶은 얘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항상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였던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서로 한마디라도 들어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아닌가 싶었는데, 뜻밖의 모습에 어리둥절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요즘 통신회사들은 스마트폰의 전략적인 판매를 위해 다양한 판촉활동을 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족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 예전의 저녁시간은 TV로 인해 대화시간이 부족하였으나, 지금은 각자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차 집 안에서 가족 간의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사용법과 관련하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등을 즐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타인의 행동이나 생각에 관심이 없다. 스마트폰의 단적인 예를 들자면, 작은 휴대폰 하나에 집착하여 주변 사람들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다. 손에 쥔 작은 모니터만 응시한 채 길을 가거나 계단을 오르더라도, 그저 누가 비켜 가겠지 하거나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가 없다.

물론 스마트폰이 부정적인 요소만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물질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떠나, 사람들 사이의 정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서 스마트폰이 긍정적이지 못한 영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안타까울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 때 방영되었던 한 시사프로그램이 생각난다. 당시의 월드컵 풍경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가 비교되었다. 우리나라는 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서로 이야기하며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었던 반면, 일본은 개인 또는 2~3명씩 모여 작은 화면의 위성방송기기에 시선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소개되었다. 아마도 우리의 응원 때문인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인 4강의 신화를 이루어내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당시 일본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

대화는 사람들이 공감을 나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다. 그 속에서 서로 배려도 하고, 스스로도 발전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 얽매인 답답함보다는, 따뜻한 대화로 서로 나눔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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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