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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0.12 18:12: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앞으로 개소될 가칭 남부경찰서의 이름이 '직지 경찰서'로 확정되었다가 다시 개명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청주시 남쪽에 새로 개소할 경찰서 이름을 '직지 경찰서'로 확정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직지경찰서'의 이름은 임의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경찰청 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7명의 심사의원 의견과 도민 여론을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정한 것이다. 이런 절차를 밟아 정한 관공서의 이름을 조령모개(朝令暮改) 식으로 또 바꾼다는 것은 경찰행정의 신뢰도에 누를 끼치는 일이다. 개인의 이름이라면 개명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성질이 아니지만 청주지역의 치안을 담당할 공공기관 이름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개명의 이유로 알려진 흥덕 경찰서와의 이미지 중복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흥덕 경찰서와 직지 경찰서는 연계성이 있고 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경찰업무는 공조성을 띠어야 한다. 흥덕서와 직지서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흥덕사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찍어낸 인쇄문화의 중흥지다. 흥덕사가 어머니라면 직지는 그 어머니가 낳은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이율곡은 홀로 훌륭한 것이 아니라 그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훌륭했기 때문에 뛰어난 인물이 되었다. 흥덕사와 직지는 서로 대치되는 경쟁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모자의 관계다.

흥덕사 없는 직지는 있을 수 없고 직지 없는 흥덕사는 무의미하다. 그래서 직지는 청주의 간판 문화스타가 되었고 흥덕사지는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청주시가 상당, 흥덕으로 분구할 때도 이러한 조상의 업적을 기려 구(區)명칭을 흥덕으로 정했다. 직지나 흥덕은 종교적인 시각에 집착하여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문화재중 불교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웃돈다. 불교문화재를 빼놓고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논의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직지 경찰서의 개명에는 최근 불거진 증도가자 논쟁에서 연유되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최근 공개된 증도가자 12점은 직지보다 138년 앞선 고려활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과 활자를 놓고 비교하는 것도 우습지만 증도가자가 직지보다 앞섰다는 것은 일단의 학설일 뿐이다. 증도가자의 유통경로가 확인된 것도 아니고 연대측정을 마친 것도 아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충북경찰청은 증도가자의 출현에 영향을 받아 직지서의 개명을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직지는 이미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인류의 보물이 아닌가.

직지에는 아주 깊은 뜻이 있다. 직지(直指)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의 줄인 말로 '참선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이다. 이는 '마음이 부처다'라는 심즉불(心卽佛)과 일맥 상통하는 말이다. 모름지기 경찰행정은 사람마음을 똑바로 보는 직지 행정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직지 경찰서'이름은 참 좋은 이름이다. 청주시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서 좋고 경찰의 기능을 일러주는 사표(師表)같은 문구여서 더욱 좋다.

청주의 경찰서 이름은 참으로 예쁘다. 상당 경찰서, 흥덕 경찰서, 직지 경찰서 등 우리고장의 역사적 이미지를 듬뿍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편의상 흥덕 경찰서, 상당 경찰서라는 고유 명칭을 접어두고 그냥 '동부서' '서부서' 이런 식으로 부르는데 이는 합당치 않다. 동,서,남,북과 중앙의 이미지를 명칭에 도입하는 것은 일본식 방위개념이다. 청주읍성 남문의 원래명칭은 청남문(淸南門), 서문은 청추문(淸秋門), 동문은 벽인문(闢寅門), 북문은 현무문(玄武門)이다. 청주의 대표적 공원인 중앙공원의 '중앙'도 우리식 명칭이 아니라 일본식 명칭이다. 이곳은 충청병마절도사가 기거하는 충청병영이어서 '병영공원' 또는 '관아공원'이라고 불러야 옳다. 기껏 잘 정해놓은 '직지 경찰서'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혼란스러울 뿐이다. 고쳐서 잘 되면 개선(改善)이지만 고쳐서 잘못되면 개악(改惡)이 된다. 부디 개악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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