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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서울 근교로 이사를 오다보니, 가까이 지내는 분들께서 주변의 명소를 여러 곳 추천하기에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휴가철은 서울 시내의 교통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아직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며칠 전 서울의 남산타워를 다녀왔다.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이곳에 왔던 기억이 있기는 하나, 너무 오래전 일이라 어떤 느낌이 있었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한 이번 발길은 출발 전부터 흥분되기만 하였다.

가는 길도 그다지 막히지 않아 복잡하다던 서울 거리도 천천히 돌아보는 등 남산타워 인근에 주차할 때 까지 순탄한 탐방 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 하였든가 남산타워로 올라가는 도중 비가 갑자기 쏟아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짓궂은 날씨와 상관없이 타워로 올라가는 마음은 오히려 상기되었고, 내리는 보슬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안은 채 타워 입구를 향하였다.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입장료와 가게들의 가격이 좀 부담되기는 하였지만, 입장권을 바로 구입하고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타워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이르자 시원하게 탁 트여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시내가 정말 장관이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인지 전망대에서 느껴지는 멋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큰 녀석은 남산타워 아래로 보이는 건물들이 조그마한 장난감 집이라며 신기해하였다.

날씨가 좋지 않아 보일 수 있는 시계(視界)가 넓지 않았으나, 타워 옆으로 지나는 구름은 신선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저녁 무렵인지라 하나 둘씩 조명을 뽐내기 시작하는 건물들과 거리가 시야로 들어왔는데 그 모습이 화려했다.

아내도 좋은 감상이었던지, 다음에는 저녁에 시간을 내어 야경(夜景)을 좀 더 즐기자는 말로 약속을 받아내려 하였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여름, 모처럼 만에 가족을 위해 시원하고 즐거운 봉사(·)를 하였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이 곳을 찾기로 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아이들은 차 안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었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혼 전 아내와 함께 우암산 기슭에서 청주의 야경을 내려다보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청주 한 중심가에도 아파트가 생겨 예전과 같은 아기자기한 멋은 없을 터이나, 당시 우암산 순회도로의 한 모퉁이에서 내려다보이던 청주의 야경은 참 아름다웠다.

높은 빌딩에서 비추어 나오던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은 아니었지만, 작은 건물들에서 새어 나오던 조그만 불빛과 청주의 중심 도로를 따라 길을 밝히던 가로등은 낭만에 젖게 하였다. 그리고 무심천에 잔잔히 비치던 달빛이 떠오르며, 특히 봄이면 가로등과 함께 순회도로를 환하게 밝혀주던 활짝 핀 벚꽃 길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야경을 내려다보며 사랑 얘기를 속삭이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롭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청주의 야경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하튼 멀리 미호천에서 시작하여 분평 뜰까지 이어지는 청주의 모습 그 자체가 파노라마였으며, 남산타워의 경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잠시 읽었던 적이 있는데, 여행을 하다가 기억에 남는 경우는 유명한 명소보다 차 한 잔의 여유와 잠시 편안한 생각을 갖게 하는 노천카페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소를 찾는 것 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안한 쉼터가 사람들에게는 더 반가울 것이다.

아마도 청주에서는 우암산이 서울의 남산타워 못지않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거대한 타워를 만들어 인위적인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우암산의 자투리땅에 조그마한 노천카페 등이 몇 군데 생기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거창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편안하게 한 여름 시원한 산기슭 바람을 즐기며 아름다운 청주의 야경을 볼 수 있도록 좀 더 편안한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아름다운 청주의 야경을 보며 서로 사랑과 여유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 바로 우암산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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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