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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사회평론가, 소설가

예상과 달리, 오바마 정권의 출범 이후에 북한의 핵무기 문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핵 실험과 같은 위협적 행위들을 잇달아 해왔다. 북한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고 해석도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정권은 먼저 북한과의 교섭을 인도할 원칙들을 세웠다. 이런 자세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지닌 중국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것은 거의 필연적인 정책이다. 북한은 중국의 도움으로 겨우 생존한다. 만일 중국이 북한을 돕지 않으면, 북한 정권은 몇 해 넘기기 어려울 터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이 원래 조지 부시 정권의 정책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부시 정권은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효과적으로 넣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당시 중국은 미국의 뜻을 거스를 처지가 못 되었고, 북한은 중국의 압력을 오래 견딜 수 없었다. 미국이 6자 회담이라는 복잡한 기구를 통해 북한 문제에 접근한 이유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악한 국가(rogue state)'인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형국을 피하는 것이었다.)

6자 회담은 그럴 듯한 장치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왜 실패했는가· 부시 정권과 오바마 정권이 북한 핵무기 문제를 푸는 통로는 중국이라는 인식을 공유했으므로, 이것은 근본적 중요성을 지닌 물음이다.

6자 회담은 처음엔 미국의 뜻대로 나아갔다.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의 위세는 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였고, 중국은 적극적으로 협상을 주선했고, 북한은 좋은 조건을 얻으면 핵무기를 실제로 포기할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라크 전쟁에서 상당한 전력을 지녔다고 평가된 이라크 군이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패퇴하자, 북한은 미국의 군사력을 새삼 두려워하게 되어 더욱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섰다.

그러나 이라크의 전황은 이내 나빠졌다. 새로운 국가 건설은 어렵고 더딘데, 저항 세력의 힘은 날로 커졌다. 마침내 미국은 거의 모든 군사력을 이라크 전쟁에 쏟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했다. 아울러, 미국은 전적으로 외교를 통해 북한 핵무기 문제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내 비협조적이 되었고, 6자 회담은 멈췄다. 외교의 성과는 그것을 떠받치는 군사력과 비례한다. 미국이 주한 미군의 병력과 장비들을 이라크로 옮기는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에서 늘 쓰는 전술들을 통해 회담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중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은 이어져, 중국의 미국에 대한 상대적 지위는 빠르게 높아졌다. 자연히, 미국으로선 북한에 압력을 넣으라고 중국을 압박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마침내 중국을 압박하는 통로가 되리라고 여겨진 6자 회담은 오히려 의장국인 중국의 위세를 높였고, 미국은 중국에게 매달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자, 중국은 북한을 적극적으로 감쌌다.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넣는 시늉만 내고 실제로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거나 약화시켰다. 덕분에 북한은 시간을 벌어서 핵무기를 더욱 발전시켰다.

중국의 그런 불성실한 태도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근본적 이유는 중국이 현재의 상황을 즐긴다는, 적어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반세기 전 한국 전쟁에서 자신과 싸웠던 나라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이 싫지 않을 것이다.

점점 대립적이 되어가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미국이 북한 문제로 골치를 썩이는 것이 지정학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미국이 북한 핵무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 미국이 다른 문제들에서 압박해올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예컨대, 대만 문제는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관계에서 늘 큰 쟁점이었는데, 중국은 북한 문제를 그것에 대항하는 패로 여겨왔다.

중국은 북한 핵무기 문제를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나서자, 미국의 일로 치부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을 우방으로 여기는 시각과 북한의 핵무기가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이내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왔을 터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북한과 아주 가까운 우방이다. 1940년대의 국공내전에서 중공군이 장개석의 국부군의 공격으로 어려웠을 때, 북한은 중공군에게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만주에서 국부군의 공격으로 중공군이 분리되었을 때, 중공군은 북한을 통해서 병력과 물자를 보급받을 수 있었다. 한국 전쟁에선 실질적으로 패망한 북한군 대신 중공군이 전쟁을 떠맡아서 휴전에 이르렀다. 그런 우방에 대한 우호감이 중국 정권엔 아직 짙게 남아 있다.

게다가 북한은 중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개발했다. 뒤에 북한이 도움을 받은 파키스탄도 원래 중국의 도움으로 핵무기를 개발했으므로, 북한 핵무기는 온전히 중국에서 나온 셈이다. 그런 사정은 북한 핵무기를 보는 중국의 심리에 영향을 미칠 터이다.

중국으로선 북한 정권의 붕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있다. 마음에 들든 아니 들든, 북한은 일단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 일본,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 적대적이다. 북한의 현 정권 대신 자신에게 덜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에 대해, 특히 미국의 세력이 중국 국경까지 미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마음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난민의 유입과 같은 문제들을 낳으리라는 실제적 고려 사항도 있다.

이제 중국을 통해서 북한 핵무기 문제를 풀려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 변화가 있을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몇 가지 점들에서 그런 변화의 기미가 엿보인다. 첫째, 중국이 북한 핵무기 문제를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일로 여기기 시작한 듯하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북한에 가까운 지역 주민들에게 방사능 물질의 유입을 걱정하도록 만들었다. 북한의 사악한 정권에 대해 중국 사람들이 점점 큰 혐오감을 느낀다는 사정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중국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도 있다.

둘째, 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가 근자에 빠르게 좋아지면서, 북한을 대만과 연계된 패로 삼을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북한과 대만 사이의 관련성이 줄어든 것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셋째, 그 동안 중국이 미국 버금가는 초강대국이 되면서, 중국 자신이나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바뀌었다. 이제 중국은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하라는 국제적 여론의 압력을 받게 되었다. 자연히, 모두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문제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넷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높은 위상도 좋은 영향을 미칠 터이다. 임기 말기엔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실질적으로 포기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나서달라고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기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나서면 북한 핵무기 문제가 풀리리라는 보장은 물론 없다. 북한 정권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노력 없이, 그 문제는 풀릴 수 없다. 우리는 중국을 통해 이 문제를 풀려는 미국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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