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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북새통을 치뤘지만 그래도 명절은 좋다. 풍성해 보여서 좋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는 것도 좋다. 선물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금전과 타협해가며 그 중 가장 좋아 보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양손에 선물을 챙겨들고 명절, 그 하루를 위해 귀성전쟁을 치루면서 까지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 속에서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우리네 精문화, 가족 냄새를 느낄 수 있어 정겹고 반갑다.

그리고 그동안 소원했던 이들과 만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좋고, 아낌없이 듬뿍듬뿍 덕담을 주고 또 한 아름씩 받는 풍성함이 있어 좋다.

명절 증후군이라 하여 주부들에게는 명절 전후 며칠씩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우울하다' 등 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불평등한 남녀 관계에 따른 불만, 친척들이 다 모이는 번잡스러움과 과다한 일거리, 많은 비용 지출, 교통체증 등의 이유를 들어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반응도 있다.

남자들 역시 그냥 넘어가자니 서운하고 조금씩이라도 일일이 다 챙기자니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해 남자 체면 구겨지기 쉬운데 아내의 잔소리까지 겹쳐 나름대로 스트레스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가친척은 물론 한 형제자매도 각자 멀리 떨어져 생활할 수밖에 사회구조 속에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인 명절, 그 마저도 번거로워 외면한다면 그 삭막함은 명절 증후군보다 더 심각한 병리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 내가 버겁다고 등한시 한 일을 내 자식은 하고 싶을까· 명절 때라든가, 생일 때 아무도 찾지 않아 초점 잃은 시선을 멍하니 창밖으로 던지고 있는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볼 때 그보다 더 쓸쓸하고 외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 주위 곳곳에는 외롭게 홀로 사시거나 시설에서 고만고만한 이들끼리 어깨 기대고 살아가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설 명절에 즈음하여 그 분들과 마음 나누기 행사가 있었다.

관내 시설 및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의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용이치 않았지만 몇몇 매장을 몇바퀴씩 돌며 고른 선물상자들이 사무실 한켠에 수북이 쌓인 것을 보니 갑자기 부자가 된 듯 마음이 흡족했다. 비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보잘것 없지만 조금씩이라도 나누어 줄 것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혹자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이 연말이라든가 명절 전후 한시적으로 몰려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닌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늘 지속적으로 나눔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대부분 각자 나름대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생활하면서 누구를 위해 자주 틈을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 사회단체 또는 개개인이 연말.연시 또는 명절 밑에 실시하는 일련의 일들은

그래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또는 또 하나의 나이테를 그으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무관심했던 이웃에게 시선 한번 돌려 마음 한 구석에 잠자고 있던 精을 일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또한 가족 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때만이라도 마음을 함께 한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봉사단체와 수요처의 가교역할을 해야 하는 자원봉사센터 입장에서 각 봉사단체의 활동을 언론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것은 그들의 활동을 떠벌리며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를 특정 사람들만이 하는 일 또는 어렵게 생각하여 접근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마음을 열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함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봉사활동 사례를 보고 자극을 받아 자신도 무엇인가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기도 하고, 형식상 명절에 자그마한 선물을 마련하여 찾아간 어려운 이웃에게서 오히려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와 진정한 봉사자가 된 이도 있다.

자원봉사란 몰래 숨어서 베푸는 자선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더 많이 가진 것을 서로 주고받아 모두가 만족한 나눔 문화로 정착해 갈 때라고 본다.

설 명절 자그마한 선물 상자를 전해 드리는 집집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씩 대접을 받는다. 그분들이 커피 잔에 쏟아 부어 밥숟가락으로 휘휘 저어 손에 쥐어준 것은 단순한 커피가 아닌 精, 철철 넘치는 우리네의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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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