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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페이스북에 포스팅된 타인의 글에 댓글을 달고 뜻하지 않는 반응을 본 적이 있다. 서로의 의도와 상대가 받아들인 의미가 달랐던 탓이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어서, SNS상에서는 가끔 엇박자가 생기고 그 엇박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온라인의 만남은 오프라인 만남보다 민감하다.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까닭이다. 상대의 눈을, 상대의 표정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면 말의 의미가 더 정확하게 표현될 것이다. 인간에게는 보디랭귀지라는 몸짓 표현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슬픔이나, 고통, 혹은 기쁨을 표현하는데 꼭 언어만 필요한 수단이 되는 건 아니다. 손짓과 얼굴 표정, 눈빛만으로도 언어표현이 가능하다.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 꽃과 언어, 문덕수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문덕수 시인의 시다. 언어라는 추상명사는 시인의 사유 속에서 보통명사가 되고, 꽃잎에 닿아 나비가 되는 마술을 부린다. 아름답다. 어떤 언어는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불꽃처럼 타오르다 꺼지기도 한다. 어떤 언어는 꽃잎에 닿아 꿀벌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은 만나는 상대에 따라 아름다움을 나르고 생명력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된다. 또 누군가의 말은 소리와 뜻을 잃어버리고 무가치한 말이 되어버린다. 우리가 늘 말조심 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만, 일상에서의 우리는 어떠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험한 말을 퍼붓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며, 스스로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페이스북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페이스북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이 있다. 좋아요, 최고예요, 멋져요, 웃겨요, 슬퍼요, 화나요, 이 이모티콘들은 어느 경우에는 유효적절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다. 포스팅을 올린 이의 마음과 읽는 이는 감정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약간의 자학적인 느낌을 주는 그의 글은 얼핏 보기엔 의도적으로 그렇게 쓴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 글이 재미있게 느껴졌고, 그런 의미로'웃겨요'를 눌렀는데 그는 마음이 상했다. 그의 실제 감정은 그렇지 않았던 거였다. 그의 답글을 읽고 나는 이모티콘을 '좋아요'로 수정하고 댓글 내용도 바꾸었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마음의 감정 '웃겨요'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진정으로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할 의도가 없었으므로 그가 나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언어가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세상을 덮으면 어떨까. 그럼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우리가 퍼뜨리는 언어는 꽃의 향기는 뿌릴 것이다. 시인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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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