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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뜨겁게 달군 '소득주도성장'

양극화 해소한다더니 ‘을’들만 녹다운

  • 웹출고시간2018.12.30 20:08:10
  • 최종수정2018.12.30 20:08:10
[충북일보]올 한 해 경제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는다면 '소득주도성장'을 빼 놓을 수 없다. 역대 경제정책들과 비교해 봐도 단기간 내에 이 정도로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정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소득주도성장론이란 실질소득이 올라가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이론으로, 포스트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을 바탕으로 한다.

즉 성장에 따른 낙수 효과로 인한 임금 인상에 기대하기보다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높이고 소득을 분배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전략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사활을 걸고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했다.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됐다", "과거와 다른 방식의 경제발전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말에 공감하는 많은 국민들이 소득주도성장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만 놓고 보면 결과는 처참하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양극화는 심해졌다.

어찌된 일인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더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써 한 해 동안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본다.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은 단연 '최저임금 인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6.4%로 결정했다. 인상액은 역대 최대인 1천60원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공약'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만큼 소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한 각종 꼼수가 판을 쳤다.

도내 아파트 상당수가 경비원 휴게시간을 조정해 급격한 임금 인상을 억제했다.

야간 근무시간 전체를 휴게시간으로 바꾼 사례도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일부 업주들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근무를 시키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충청지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8년 11월 충청지역 고용동향'을 보면, 도내 지난달 36시간 취업자 가운데 1~17시간 취업자는 5만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33.3%(4천 명) 증가했다.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 오히려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었다.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는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지난 2분기 소득 5분위별 소득 동향을 살펴보면, 1분위(하위 20%)는 132만5천 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7.6%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는 913만5천 원으로 같은 기간 10.3% 증가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족경영이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자연히 줄었다. 아파트 경비 인력 감축도 이뤄졌다.

최저임금 인상이 외국인근로자에게도 적용되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불법 체류 외국인 고용에 대한 유혹을 느끼고 있다.

반면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견딜 수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1천204개 소상공인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사업체 가운데 60.4%가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체의 예상 손실액은 월 평균 157만6천 원, 연간 1천891만2천 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보다 10.9%(820원) 오른 8천350원.

올해 대비 인상 속도가 더뎌 졌지만,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보이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의 덕을 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임금이 훨씬 높게 오른 경비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임금이 10% 이상 오른 중소제조업체 생산직 근로자들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노동계는 여전히 최저임금 1만 원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31년 만에 최저임금 8천 원대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주52시간 근무제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근로자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40시간+연장근무 12시간)가 시행됐다.

또한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는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주52시간 근무제의 도입 목적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워라벨(Work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문화를 확산시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 1인당 최대 근로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여가시간 확대에 따른 소비증대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근무시간 단축도 최저임금 인상과 비슷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인건비'다.

1인당 근로시간이 줄면 같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제도시행에 앞서 4조 3교대 등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한 대기업들은 큰 무리 없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교대 근무제 변경에 따른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많지 않다.

채용도 쉽지 않다. 도내 대부분의 중소제조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들의 생산직 취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력 쿼터 탓에 외국인 근로자 추가 채용도 쉽지 않다.

건설업계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공사기간이 곧 돈인 건설업의 특성상 공기를 맞추기 위해 추가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찌됐든 추가비용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절적 요인이나 업종 특성상 집중 근무가 필요한 업종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정 기간에 일이 몰리는 경우 1인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추가 채용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을 적게 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음에도 개인의 근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로자들의 주장도 거세다.

근로시간이 줄면 그만큼 소득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저녁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다.

저녁을 찾은 많은 근로자들이 여가생활과 자기계발을 즐기고 있으며, 가족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는 소비 트렌드도 바꿨다.

전통적인 회식 장소인 술집과 노래방에는 손님이 뚝 떨어졌다.

카드 결제 및 온라인 쇼핑 시간이 앞당겨졌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듯 각 경제주체 간 이익의 균형도 맞춰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신민수기자 0724sm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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