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재은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올 겨울 누군가가 이 김치를 먹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의 김장 나눔 봉사를 마친 후 가진 식사자리에서 나온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정말 그랬다.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지난 이틀 동안 김장을 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내 몸도 양해를 해 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범적으로 해 본 김장 500포기는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계획을 세웠다가 여러 사정으로 한 해 미뤄서 한 김장 나눔 행사는 해 본 사람은 해봤기에 겁이 났고, 안 해본 사람은 안 해봤기에 엄두를 못 내기도 했다. 가장 겁이 났던 것은 김장을 했는데 맛이 없으면 어떡해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올 여름부터 차근차근 마음다짐을 해 오던 터여서 그런지 다행히도 관련된 경험이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나름대로 여러 차례의 대책회의를 거쳤다.

나는 전공이 위기관리다 보니 재난 피해 현장의 이재민들을 직접 만나서 심층 면접 조사를 한다. 그리고 2005년에는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한국의 재해구호시스템에 대한 국제 비교 연구를 부탁받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난피해자들이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먼저,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지역의 재난피해자라도 도와주자는 취지에서 단체 이름을 '충북이재민사랑본부'로 했던 것이다. 그러다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의 초대 소장을 맡고,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강원도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재난 위험 지역 조사를 하면서 재난피해자의 정상 생활 복귀는 전국적인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명칭을 '이재민사랑본부'라고 고쳤고 회원들도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위기관리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바꿨던 것이다.

재난피해자를 돕자는 취지에서 이재민사랑본부를 만든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초창기에는 임원들이나 회원들끼리 봉사활동 하나만 하는 것도 준비부터 실행까지 모든 일이 버겁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분야의 무척이나 다양한 분들이 함께 모여 봉사활동도 하고 자선사업도 하고 있다. 회원들도 사업 하나하나가 모두 손때가 묻은 일들이기에 더욱 보람있고 즐거워한다. 봉사활동 외에도 이재민사랑 자선음악회, 일일호프, 연탄 나눔, 무료급식, 쌀 나눔, 새싹장학금 나눔, 생활지원금 나눔, 영화제, 그리고 이번의 김장 나눔까지 하나하나의 사업을 할 때 마다 모든 것이 설레기도 했고 두렵기까지 했다. 아마도 나를 위한 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어느 회원님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한 적도 있다.

무슨 일이든 직접 몸으로 부닥쳐 보고 노하우를 쌓은 후에, 조금씩 차근차근 키워오는 사업 하나하나가 정겹기만 하다. 교수가 되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못해 봤던 일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에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마법의 힘을 봉사자들과 함께 느껴보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봉사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사람은 바로 봉사하는 사람 자신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다.

김장 나눔 행사 중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공부하는 학생에게 매달 작은 정성으로 새싹장학금을 지원해 주었는데, 이 학생이 내가 있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입학하면 교수님을 찾아뵙겠다는 인사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맛이 나나보다. 굿 모닝!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