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팔색조가 광릉숲까지 올라간 까닭은?

"올해 비 많이 내려 지렁이 먹이 증가한 때문"

광릉숲에서 발견된 새끼 팔색조.

ⓒ 사진제공=국립산림과학원

팔색조가 올 여름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서 번식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팔색조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만 서식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광릉숲에서 올해 번식한 새끼 팔색조를 확인,30일 이 사실을 공개했다. 팔색조 번식을 모니터링한 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찬열 연구사는 "강우량 증가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일시적 번식인지,아니면 지속적 번식인지 아직은 판단하기 힘들다"며 "하지만 남해안에서 주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팔색조가 중부 지역에서 번식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산림과학원은 울창한 산림에서 지렁이를 주로 먹는 팔색조의 습성으로 볼 때 강우량이 많았던 올해 어미 팔색조가 광릉숲에서 지렁이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번식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팔색조를 연구한 자료에도 비오는 날에 어미가 새끼에게 지렁이 먹이를 더 많이 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 연구사는 "팔색조 번식기인 올해 5~8월 광릉숲에 비가 많이 내린 데다 낙엽활엽수림이 잘 보존돼 있어 팔색조가 좋아하는 먹이인 지렁이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팔색조는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고,국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라 분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반도 산림에서의 팔색조 번식 생태 모니터링 연구망을 구축하는 등 조직적인 조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