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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식

충주시청 감사담당관실

나는 충주시 공무원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무슨 법이 이래요'라는 말이다.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얘기다.

변명을 하자면 삼권분립이란 말이 있다. 입법, 행정, 사법기능은 나뉘어져 있어서 법은 국회와 같은 입법 기구에서 만들고 우리 같은 행정공무원은 만들어진 제도와 법령을 가지고 행정을 처리한다.

사실 행정공무원이라고 법령이나 제도를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제안, 규제개혁 같이 법제도 개선을 건의하거나 행정부 입법을 통해 직접 법을 만들 수도 있다.

오히려 실무자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개선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어설픈 각오로 변화를 시도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고 흐지부지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법령 4천994건, 행정규칙 1만5천879건, 자치법규 10만5천555건이 있다.

이 많은 법령안에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많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충주시는 충주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와 같은 조항인데 이러한 '할 수 있다'라는 문구에 근거해 행정기관은 각종 수당도 지급할 수 있고, 인허가와 개발사업도 추진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할 수 있다'는 표현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문구는 고개를 삐딱하게 놓고 보면 '할 수도 있다'고 읽히기도 한다.

의욕과 가능성의 표현이 한 순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란 뜻이 돼 버린다.

법령을 왜 이토록 모호하게 만들었을까. 처음부터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라, 저런 경우에는 저렇게 하라'고 분명하게 해놓았다면 훨씬 더 명확하고 신속한 행정처리가 가능하진 않았을까.

사실 수만 가지 상황을 한 문장으로 단정하기란 쉽지 않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입법부가 게으르거나 무능해서 모호한 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상황에 행정부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재량을 넘겨준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을 열심히 하는 공무원이 징계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일을 벌이고 추진하다보면 어떻게든 허점이 생기고 그 탓에 징계 받기를 반복하다보면 웬만큼 적극적인 공무원도 그저 무탈하기만 바라는 소극적인 태도가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 사업하시는 분들에게 '사업 시작할 때 적극적인 공무원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꼭 천수답(天水畓)에 단비 바라는 마음 같다'는 표현을 들은 적이 있다.

결국 입법부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써 법령과 제도를 만들어 두면 그것을 가지고 능력과 용기를 발휘해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이 행정 공무원인 것이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가 리우올림픽 결승전에서 대역전극을 보여줄 때 되뇌였던 말이다.

그때 박상영 선수가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우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법령, 그리고 그 속에 포함된 더 많은 '할 수 있다'는 말. 나는 과연 일을 되게 만드는 사람인가, 안 되게 만드는 사람인가.

생각이 새싹처럼 돋아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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