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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게 '일본을 배척하는 마을' 아시나요

충주 '排日마을' 3·1절 앞두고 주목
'숭배한다'는 배일(拜日)로 고쳐 쓰게 했으나 거부

  • 웹출고시간2017.02.27 21:10:30
  • 최종수정2017.02.27 21:10:45

일제강점기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배일·排日'이라는 마을이름을 지킨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 배일마을 전경.

[충북일보=충주] 98주년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마을이름을 온갖 회유에도 강하게 지킨 마을이 있어 화제다.

충주시내에서 약 15㎞거리인 제천·원주 방면 19번 국도변에 '배일(排日)'이라고 쓰여진 마을표지석이 있다.

19번 국도에서 오른쪽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이 표지석에는 '배일(排日)'이라는 한글·한자 글씨가 지대석 위에 2m 높이의 자연석에 나란히 세로로 암각돼 있다.

법정리인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의 7개 행정마을 가운데 하나인 '배일마을'을 가리키는 이 표지석에는 '배일(排日)'이란 글씨 아래에 1999년 11월17일 김영봉(金榮鳳)씨가 기증했다고 새겨져 있다.

배일(排日)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배척한다는 뜻의 배(排) 자와 해(태양) 또는 일본의 의미로 추정할 수 있는 일(日) 자의 합성어다.

2011년 6월 발행한 '동량면지(東良面紙)'에는 '원래는 밸골 또는 배일골로 불러왔는데, 한자로 표기하면 배일(排日)이라고 해온 것을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이 있다고 해서 '일본을 숭배한다'는 배일(拜日)로 강제적으로 고쳐 쓰게 됐다가 해방이 되면서 다시 배일(排日)로 고쳐 부르게 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책에는 또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의 '배일·排日'이라는 마을이름을 지킨 충주시 동량면 대전리 배일마을 입구의 표지석.

'일제는 배일(排日·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이란 이름이 좋지 않으니 배일(拜日·일본을 숭상한다는 의미)이라 고쳐 부르게 했으나, 마을 사람들은 '햇볕을 등지고 있는 마을'이란 뜻이라고 둘러대며 일제에 항거하는 이름을 지켰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일제로서는 '배일'이란 마을 이름을 달가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914년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 충주군 동량면에는 '排日谷·배일골'이란 지명이 나오고, 조선총독부가 1918년께 편찬한 '조선 5만분의 1 지형도'에는 동량면 내동(內洞·안골) 서쪽에 '排日'(배일)이라고 표기했다.

이 배일(排日)이란 지명이 일제강점기 또는 일제가 우리나라를 본격적으로 침략하기 시작한 19세기 말 무렵부터 생겨났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밸골' 또는 '배일골'로 불리던 것이 한자로 표기하면서 그렇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과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한 경우도 있다.

한글학회가 1970년에 펴낸 '한국지명총람'에는 '안골(내동) 서쪽 멀미 서남쪽에 있는 마을로, 서향으로 해를 등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윗마을, 아랫마을로 나눠 불리는 배일마을 대부분의 가옥이 해를 바라보는 동향 또는 동남향의 건물 형태인 것을 보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해석이다.

지금의 건물 구조가 예전과는 달라졌을 수는 있겠지만, 예부터 집을 비을때 동향이나 동남향을 선호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마을 주민 우광오(64)씨는 "마을에선 주로 밸골이라 불렀다"며 "정확히는 모르지만 마을어른들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한자로 표기하면서 '일본을 배척한다'는 뜻으로 써 일부 마을주민들이 일제에 불려가 고초를 겪었다는 말이 전해 온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배일마을은 현재 36가구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집집마다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노인들 1~2명만 쇠락해가는 마을을 지키고 있어 3.1절을 맞고도 썰렁하기만 하다.

충주 / 김주철기자 kimjc56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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