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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순환

청주시 청원보건소 보건행정팀장

서비스 상담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GPS 업그레이드가 잘 안 되네요. 방금 카 센터에서도 실패했어요."

"아, 그렇군요. 가르쳐준 방법으로도 안되면 서비스센터에 직접 가야 한다구요.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담을 종료하고 정차 중이었던 차를 출발시켰다.

"고객님~ 고객님~ 전화를 끊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객이 전화를 끊지 않으면 전화를 종료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무한 감동'을 과제로 내세우는 사회가 되었고 이제는 인간감정을 상업화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웃고 있지만 마음은 절망감으로 울고 있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앓는 사람이 생겨났다. 의학적 용어로는 가면성 우울증으로 불리며 '숨겨진 우울증'이라고도 하는 이 증후군은 감정 노동자들에게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Arlie Hochschild, 1940~)는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 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할 경우 감정노동에 해당된다며 승무원, 판매원, 외판원 등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좋아하고, 싫어하고, 슬프고, 화나는 매우 사적인 감정이 조직 속에서 집단적 감정으로 변형되어, 감정의 상업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어느 회사 콜센터는 모든 전화상담 내용을 녹음하고 그 자료를 평가하는가 하면 백화점에서는 '미소의 여왕'을 선발 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도입하는 등 감정 노동의 고급화도 추구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2012년 203개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5천6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실시, 분석한 결과 항공기 승무원이 심각도 5점 만점에 4.7점을 기록하여 감정노동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홍보 도우미(4.6), 휴대전화 판매원(4.5), 장례지도사(4.49), 아나운서·리포터(4.46) 등의 직업군이 뒤를 잇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장기간 고객을 응대하다 보니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만성 피로감과 불면증, 또는 근육통이나 두통에 시달리고 성욕과 식욕이 감퇴되는 증세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을 일본의 마코토 나쓰메(Makoto Natsume) 교수는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으로 규명하면서 심하면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우리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이다. 지나친 서비스 경쟁에 의한 자연스럽지 못한 서비스로 누군가 속병을 앓게 되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균형잡힌 서비스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날마다 시민을 생각하며 눈에 보이던 보이지 않던,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때로 우리가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왈가왈부하면서 공무원의 불친절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틀에 박히고 천편일률적인 서비스가 아니었나 반성하게 된다. 고객, 즉 시민과 교감하면서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 받을 때 모두가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려면 좋은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 자연스러워야 한다. 서로가 자연스러워 의식하지 못할 때, 진정한 '감정 노동의 고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상담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상담센터 직원도 전화를 자연스럽게 종료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생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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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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