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운천동 '굴다리다방 HIP'

#힙한카페 #숨겨진명소 #굴다리 #게이샤 #드립머신

2025.06.10 14:01:08

[충북일보] 청주 흥덕구 운천동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길이 있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 아래로 통행이 가능한 굴다리다.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은 제2운천교를 매일 지나다녀도 볼 수 없는 도로 아래다. 동선을 고려해 이 길을 찾았거나 신봉동과 운천동 지리에 밝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외진 골목, 금세 어두워지던 이 길에 인근 주민들이 반길만한 은은한 조명이 켜진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칙칙했던 외벽에 그려진 한껏 힙한 그래피티와 낮은 담장 위를 밝히는 HIP이라는 글자가 으슥한 골목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바꿨다.

노포 맛집으로 유명했던 '호도물회'를 알던 이들도 이 자리가 곧 그 자리라고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큰 변화가 일어난 '굴다리다방 HIP'다. 'HIP'은 '유행에 밝다'라는 형용사로도 쓰이지만 굴다리다방은 'HIP'에 '숨겨진(Hidden)', '재미있는(Interesting)', '장소(Place)'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스틸 재질의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발밑으로 밀려오는 듯한 파도 이미지가 멈칫하게 만든다. 벽을 반쯤 부순 채로 남겨둔 구획을 넘어가면 바 형태의 테이블, 여러 소품이 가지런히 놓인 선반, 투명한 유리문이 있는 작은 공간이 서로 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이 공간은 건축설계 일을 하던 유종현 대표의 구상으로 만들었다. 직업 때문에 언제나 공부하듯 바라봤던 건축과 공간이다. 일상과 여행지를 가리지 않고 들여다봤던 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여 감각이 됐다.

굴다리다방HIP를 운영 중인 유종현 대표

성인이 되고 내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건강 상의 이유로 직장을 벗어나 고향 청주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됐다. 좋아하던 커피를 청주에서 함께 즐기기 위해 빈티지한 디자인에 현대적인 요소를 담았다. 취미로 다루던 목공예부터 레진아트까지 여러 기술과 예술의 결합도 인테리어에 적극 활용했다. 그간 돌아본 숱한 여행지를 생각하며 가져온 바다 풍경은 부서지는 물방울까지 실감나는 파도를 레진아트로 표현했다. 우드슬랩으로 작업한 묵직한 원목 테이블도 투명한 창으로 들여다 보이는 공간에 무게를 더한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작은 정원은 실내를 통과해야 들어설 수 있다. 매일 가꾸는 식물이 가득한 비밀의 정원에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도심 속 망중한을 즐기는 손님들이 늘었다. 작업 공간으로 마련해둔 한편의 공간 외에도 벽면 한쪽을 채운 피규어와 목공예품, 입구 쪽의 거북이와 도마뱀 등 여러 취미가 반영됐음을 눈치챌 수 있다.

드립머신에서 커피가 추출되고 있다.

카페의 본질인 커피와 디저트에도 재미가 가득하다. 드립 과정을 거쳐야 느낄 수 있는 커피의 풍미가 있다고 생각해 라떼 메뉴를 제외한 커피는 드립으로 준비한다. 산미가 있거나 고소한 커피 등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세 가지로 블랜딩한 HIP 메뉴와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G1, 케냐 AA다. 균일한 맛을 위해 들여놓은 드립 머신도 하나의 볼거리다. 종현 씨와 호흡을 맞추는 드립 머신은 물 온도와 추출 속도, 일정한 물줄기와 분사 패턴이 한결같은 커피 맛이 가능하게 한다.
ⓒ굴다리다방HIP 인스타그램
계절마다 달라지는 생과일 빙수도 입소문을 탔다. 눈꽃 얼음 위에 푸짐하게 올리는 생과일이 특징이다. 당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따로 제공하는 연유도 취향을 가르지 않는다. 딸기에서 참외로 변한 과일 빙수가 더위를 잊게 만든다.

굴다리다방 참외빙수

딸기 시즌 SNS에서 굴다리다방을 알린 메뉴는 두바이 딸기초코다.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든 메뉴를 찾아 고심 끝에 탄생한 두바이딸기초코는 피스타치오와 초콜릿의 달콤한 맛에 카다이프의 씹는 맛, 상큼한 딸기 맛이 어우러져 호평을 받았다.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이용한 스콘이나 잠봉 샌드위치, 핀사, 샐러드, 통 식빵을 곁들인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식사로도 충분한 디저트 메뉴나 쫀득쿠키, 젤라또 등 커피에 곁들이기 좋은 메뉴도 끊임없이 개발하고 선보이는 중이다. 숨겨진 공간에서 재미있는 맛과 경험이 새어나온다. '나만 알고 싶다'는 리뷰가 점점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 김희란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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