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나오다 동네 사람을 만났는데 거기말고 여기 빵을 먹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가게 찾기가 어려웠다며 들어선 손님이 자연스레 사연을 늘어 놓는다. 웃으며 대화에 맞장구 쳐주는 김용현 대표의 친절함에 금세 편안해진 분위기 덕이다. 2024년 11월 청주 동남지구에 등장한 단미양과점은 입소문이 자자한 타르트와 페스츄리 전문점이다.
ⓒ단미양과점 인스타그램
대표 메뉴는 크림치즈베이스 타르트에 진한 에스프레소와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운 맛이 쌉쌀한 코코아파우더로 덮힌 티라미수타르트다. 이른 아침부터 토핑과 크림 등을 달리한 10여 가지 타르트와 맘모스, 티슈, 애플 등 각기 다른 재료와 모양으로 탄생한 페스츄리들이 투명한 진열장 가득 채워진다. 영양강화 밀가루와 프랑스산 고메버터가 겹겹이 조화를 이루는 크루아상도 10여 가지 종류 중 골라야 한다. 소보로빵, 단팥빵, 식빵 등 기본 빵까지 아침부터 순서대로 단미양과점을 채우는 빵들은 어느 하나 쉽게 만든 것이 없다.
매일 40가지 이상 나오는 빵은 용도에 맞게 반죽, 성형, 발효 과정이 달라진다. 켜켜이 쌓아 올리고 말아 숙성시킨 빵에는 그에 어울리는 재료가 한가득이다. 껍질을 벗기고 다져 꿀에 졸이는 사과, 적절한 단맛으로 끓여내는 팥소 등 이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은 직접 만들어 넣는다. 국산 마늘을 갈아 넣는 갈릭 크림, 여러번 세척한 생레몬의 제스트와 레몬즙을 섞어 끓인 레몬커드, 아몬드 100%의 고소함이 그대로 담긴 아몬드 크림도 깊고 진한 맛으로 빵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한겹 한겹 떼어먹는 재미에 빠져 티슈 페스츄리를 찾아온 손님이 고소한 페스츄리 속 진한 초콜릿 맛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겨울부터 4월까지만 즐길 수 있는 애플페스츄리가 아쉬워 잔뜩 쟁이기도 한다. 같은 밀가루와 버터를 이용한 페스츄리라도 모양이나 두께, 추가 재료에 따라 쫄깃하거나 촉촉 바삭한 식감으로 씹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촉촉한 바닐라 시트를 가운데 넣어 케이크 같은 느낌을 주는 타르트도 단미양과점의 시그니처다. 고소한 맛의 타르트지는 공통이지만 부재료에 따라 매력이 전혀 다르다. 향긋한 얼그레이와 티라미수가 조화를 이루는 얼그레이티라미수 타르트와 아몬드 크림에 블루베리, 소보로토핑, 블루베리샹티 크림이 어우러지는 블루베리소보로타르트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타르트는 예상치못한 풍미와 부드러움으로 녹아든다. 선물과 간식 등으로 우연히 단미양과점의 타르트를 접한 이들은 그저 그런 타르트를 생각하고 포크로 한 입 떠넣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타르트를 생각하며 다시 찾아온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딸기, 망고, 멜론 등 생과일 토핑도 과일 디저트와 타르트를 따로 먹어도 될만큼 아낌없이 듬뿍 올렸다.
동남지구에 자리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단미양과점에 반갑게 찾아오는 단골이 많은 이유는 용암동 아파트 상가에서 운영하던 단미양과점을 기억하는 이들 덕분이다. 요리를 전공하고 호텔에서 근무하다 제빵으로 방향을 전환했던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대형 베이커리 카페 등에서 일했다. 지나친 분업화시스템은 각각의 공정 속으로 매몰시키는 듯 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모든 공정을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단미양과점을 운영하던 친구의 제안을 받았다. 지난 2021년부터는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온전히 인수 받았다.
수년간 운영하던 가게는 김 대표의 건강 때문에 문을 닫았다. 쉼없는 열정으로 몸을 혹사시킨 결과였다. 수술과 입원 등으로 길어진 공백 기간은 마음까지 지치게 했다. 빵이 아닌 다른 일을 염두에 뒀던 김 대표의 마음을 돌린 것은 손님들의 지속적인 연락과 담당 의사가 건넨 구움과자였다. 자신의 빵을 좋아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다시 빵을 굽고 싶어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았다.
늘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할만큼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은 이끌고 40가지 이상의 메뉴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것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의 내밀어 준 어머니 덕이다. 함께 하며 더욱 웃음이 많아진 모자의 호흡이 꾸준히 오랫동안 단미양과점을 이어갈 단단한 힘이 될 듯하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