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봉명동 '산장삼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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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9 15:36:40

[충북일보] 여럿이 모이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고민도 한 짐이다. 입맛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도 고르는 일 자체를 어려워 하는 이들이 많아서다. 이럴 때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먼저 정하면 편하다. 거기에 대표 메뉴까지 정해져 있는 가게라면 줄줄이 따라오는 선택의 단계를 줄일 수 있다.

청주 봉명동에 있는 산장삼겹은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가게 중 하나다. 국내산 생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면 산장삼겹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구성해서 먹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미나리삼겹세트 단 하나의 메뉴가 준비돼 있어서다.

울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박병현 씨가 갑자기 청주를 향한 것은 가족의 영향이었다. 어렸을 적 여러 아르바이트로 간접 경험했던 자영업에 대한 방향성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잃지 않았다. 5년 정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삼겹살 전문점으로 운영하는 가족의 가게서 일을 배우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알게 됐다.
가게에서 일하며 손질과 숙성 등을 제대로 배웠기에 자신있는 부위인 삼겹살을 주메뉴로 정했다. 삼겹살 전문점으로 결정한 뒤에는 동네마다 많이 있는 고깃집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명확한 차이를 고민했다.

가게의 이미지부터 다르고 싶었다. 분위기는 익숙하지만 쉽게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인테리어를 찾았다. 통나무의 따뜻한 질감에 착안해 문득 떠오른 것이 산장이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어디선가 본듯한 친숙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장으로 콘셉트를 정하고 나니 일사천리였다. 입구부터 나뭇결로 가득한 외관에 녹슨 듯한 지붕을 얹었다. 산장삼겹이라고 쓰인 간결한 나무 간판과 짚으로 덮은 듯한 조명, 담쟁이 넝쿨을 연상케 하는 초록이 벽면을 꾸민다. 입구를 지나도 나무로 가득한 벽면은 어느 산 속 산장에 놀러온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산장산겹 박병현 대표

단일 메뉴인만큼 고기 이외의 구성에도 신경썼다. 삼겹살과 어울리는 여러 채소를 함께 먹어본 뒤 가장 적합한 채소로 고른 것이 미나리다. 독특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삼겹살과 어울리는 것은 물론 여러 효능을 곁들일 수 있는 영양가 높은 채소이기 때문이다.

콩나물, 파절임, 새송이버섯 통구이가 미나리와 함께 가지런히 놓인 한판의 고기가 나오면 손님들의 카메라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어느 테이블에서도 작품 같은 사진이 찍힌다. 가게에 붙여둔 예시 사진과 거의 비슷한 모습이 차려지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스스로 찍어 올리는 사진이 가장 효과적인 광고라고 생각했던 병현 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손님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 이유는 고기를 완전히 구워주는 서비스다. 주문과 동시에 오픈 주방에서 고기를 굽는 병현 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기 굽기를 불편하게 여기지만 테이블에서 직원들이 구워주는 고기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면 먹기 좋게 익은 고기가 뜨끈한 불판 그대로 전달된다. 이 가게에서 가장 잘 굽는 사람이 구워주면 손님들은 그저 먹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한우대창짜글이까지 더한 것이 미나리삼겹세트의 완성이다. 평범한 김치짜글이를 대신할 메뉴를 찾다 특별한 재료로 한우 대창을 활용했다. 깊은 고소함이 더해진 짜글이는 추가 메뉴로 다시 찾는 인기 안주다.

언양에서 배웠던 불고기 비법으로 부드럽게 치댄 떡갈비도 직접 만든 메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적정 비율로 섞어 달콤짭짤한 맛으로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부담없이 즐긴다. 애들 먹게 시켜주라던 어른들이 한 입 맛보고는 '하나 더'를 외친다.

오돌뼈까지 손수 제거해가며 손질하고 숙성한 고기를 하루에도 수십 인분씩 같은 불판에서 구워내는 병현 씨의 손놀림이 점점 더 맛있는 타이밍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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