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서문동 이자카야 '이조'

#숙성회 #건조숙성 #사시미 #대창전골 #수제메뉴 #반주

2025.04.29 13:04:40

[충북일보] 회를 파는 가게에서 생선을 다루는 방법은 대부분 둘 중 하나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싱싱한 활어를 보여주거나 숙성을 위해 미리 손질한 생선이 보관돼있어 손님들은 볼 일이 없는 경우다.

최근 한 달간의 재단장 기간을 거쳐 다시 오픈한 청주 서문동의 이자카야 이조는 두가지 방식에서 벗어났다. 숙성한 회를 팔지만 생선도 눈에 띄는 곳에 뒀다. 청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가게 깊숙한 곳에 있는 숙성 냉장고가 주인공이다. 정육식당에서나 간간이 볼 수 있었던 숙성 냉장고가 이자카야에 있다. 대광어, 도미, 농어, 연어 등 계절에 따라 다른 큼직한 생선이 몇 마리씩 걸린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적정 온도에서 가장 맛있는 때를 기다리는 숙성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모형처럼 보이는 모습을 지나치지 못한 손님들이 저마다 멈춰서 자세히 들여다본다.
5년 전 이 자리에서 친구와 함께 퓨전 주점 이조를 연 조원민 대표는 직접 끓인 사골육수에 한우 대창과 양배추, 우엉, 숙주, 츠쿠네 등 13가지 재료를 넣은 대창 전골을 대표 메뉴로 손님을 모으기 시작했다. 틀에 갇히지 않은 한식과 일식을 기반으로 한 퓨전 요리들이 주목받았다. 적당하게 세련된 인테리어도 통했다. 오픈 주방을 중심으로 바와 테이블을 간결하게 구성해 오래된 건물의 낡음이 도리어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2023년 강서점을 오픈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사시미 메뉴다. 손님들이 자주 찾는 메뉴를 특색있는 이조의 맛으로 내고 싶어 수많은 숙성을 거쳤다. 흔히 하는 방법 대신 맛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도움되는 방식을 찾고 싶었다. 틈만 나면 서울로 올라가 여러 이자카야를 둘러봤다. 눈과 입, 모두를 만족하게 한 방법이 건조 숙성 사시미였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었지만 과감하게 숙성고부터 준비했다. 남들의 방식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조 조원민(가운데) 대표와 한상길(왼쪽), 박현식 씨.

숙성 회를 가장 맛있게 담기 위해 최적의 온도와 숙성 시간을 찾아야 했다. 여름과 겨울 등 날씨의 변화에 따라 설정 온도를 달리하는 비법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물고기가 숙성고에서 식탁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찾은 온도와 시간은 이조에서 선보이고 싶었던 건조 숙성 사시미의 감칠맛을 제대로 품었다.
10가지 이상 다양한 제철 생선을 한 접시에 담아내는 사시미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그 자체의 색으로 꾸민다. 흰살과 붉은 살 생선, 전복, 새우, 직접 만든 교꾸(일식 카스텔라) 등이 색색으로 놓인다. 취향대로 즐길 수 있도록 씻은 묵은지, 초밥밥 등도 함께 제공한다.

식사와 함께 간단한 반주를 즐기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하는 대창 전골 '모츠나베'는 한 번 먹어본 이들이 반드시 다시 시키는 대표 메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접 손질해 초절임한 고등어에 밥을 말아 구운 고등어봉초밥이나 생선과 채소로 가득 채운 이조마끼를 비롯해 해물이 듬뿍 들어간 토마토 스튜, 매콤한 맛으로 2~3시간 저온에 끓인 라구소스를 활용한 라구가지 등도 든든하게 즐기기 좋다.
ⓒ이조 인스타그램
감자를 삶고 으깨 만드는 감자 샐러드나 감자, 치즈, 카레 등 여러 속 재료를 채운 수제고로케도 모두 직접 만드는 메뉴다. 춘권 피에 라구소스를 넣고 말아 튀기는 라구춘권이나 닭다리살을 달걀 물로 튀겨 소스를 얹는 치킨난반 등 손이 많이 가는 메뉴들로 가득한 메뉴판은 불 요리, 튀김, 구이, 간단 안주 등 조리 방식에 따라 구분했다.

바쁘고 번잡한 주방을 감수하고 30여 가지 안주를 준비하는 것은 자리를 옮기지 않고도 이조의 요리만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바삐 움직이는 주방을 보며 먹는 이들의 신뢰가 쌓이는 것은 덤이다. 원민 씨의 의도를 파악한 손님들이 각자의 취향을 찾아 긴 시간 머물며 이조만의 음식과 분위기를 만끽한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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