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스타그램 - 청주 사직동 '모퉁이식탁'

#부대찌개 #김치찌개 #혼밥 #훈연보쌈 #순살족발

2023.05.30 16:22:20

[충북일보] 그야말로 길 모퉁이다. 연두색 주택에 작은 간판, 모퉁이식탁 이라는 글씨가 건물과 어울린다. 전형적이지 않은 내부도 아늑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주방과 네 개의 테이블이 가게의 전부다.

모퉁이식탁은 윤태경 대표가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이룬 첫 번째 걸음이다. 삼남매 중 막내로 늘 부모님의 뜻을 먼저 헤아리며 살았다. 공부에 집중하고 물 흐르듯 사범대를 졸업한 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차였다. 무겁게 바라보던 책 속의 글자가 사라진 것은 잠시 멈춰야 하는 신호였다.
갑자기 찾아온 눈의 이상은 마음을 들여다보게 했다. 흔치 않은 질병에 각종 자료를 찾아가며 운동에도 몰두했다. 몸을 회복하며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했다.

소모임을 하며 찾았던 재능을 떠올렸다. 공부를 위해 모일 때마다 번갈아 가며 모두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한참을 고민하고도 만족하지 못한 차림이 많았지만 태경 씨의 한상은 간단하면서도 모두에게 만족을 줬다.

가볍게 생각했던 요리를 다시 들여다봤다. 자주 가던 식당에서 수제 소시지와 햄 등을 배우며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다른 이들의 비법을 재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몇 가지 공개된 재료를 토대로 맛을 완성하는 것이 하나의 훈련이 된 셈이다.
몇 번의 메뉴 수정을 거쳐 모퉁이식탁의 메뉴가 정해졌다. 보통 2인분 이상 판매해 혼자서는 먹기 힘든 부대찌개와 시원하면서 묵직한 맛을 담은 김치찌개를 각각 한 상 차림으로 낸다. 누구나 가볍게 들어와 혼자 즐기기에도 좋고 함께 다른 메뉴를 시켜도 좋다.

훈연멸치 육수를 우려 육수를 내고 사골육수를 따로 만들어 두가지 육수를 섞은 것을 부대찌개에 사용한다. 끓이면서 먹지 않아도 뚝배기에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도록 고안한 방법이다.

모퉁이식탁의 특제 소스를 넣고 끓이는 부대찌대는 네 가지 밑반찬과 함께 쟁반에 담아 혼자서도 푸짐하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돼지비계에서 기름을 뽑아내고 그 기름에 파와 마늘을 볶아 만드는 파기름도 모퉁이식탁의 섬세한 맛 조절이다. 그 기름에 두가지 종류의 김치를 다르게 볶아 아삭하게 시원한 맛과 묵직하게 깊은 맛을 섞는다. 신선한 국내산 돼지앞다리를 푸짐하게 함께 끓이면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여러 입맛을 모두 만족시킨다.

향신료와 대파, 양파 등으로 특제 염지 후 고온 숙성을 거친 돼지고기를 다시 저온 숙성하고 스모크그릴에서 3시간 가량 훈연해 향을 입히는 훈연보쌈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어난 메뉴다.

시즈닝 후 파기름에 볶은 양배추와 부추를 뜨거운 뚝배기에 담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 다 먹을 때까지 온기가 유지된다. 저녁에는 많은 양을 철판에 올려 가족 단위나 술 안주로 훈연보쌈을 먹기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늘었다.

정향, 팔각, 양파, 대파 등을 넣은 육수에 끓이는 미박사태는 뼈없이 즐길 수 있는 순살족발의 맛을 간편하게 제공한다.

평일 점심에 찾아오는 직장인들이 많아 토요일과 일요일은 재료 준비에 몰두한다. 모든 것을 직접 만들며 모퉁이식탁만의 그 무엇을 찾아간다.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음식을 위해 언덕 위 모퉁이를 찾아오는 모든 이들의 걸음이 태경 씨의 선택을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다.

/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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