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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나는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고난 후 남는 여운을 영화의 ost를 무한 반복하는 것으로 달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어거스트러쉬, 드림걸즈, 비긴어게인, 라라랜드, 스타이즈본 등 이미 유명한 영화도 좋아하지만 인디 음악영화나 매년 여름 어김없이 들르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도 나의 타깃이다. 많은 영화들이 그렇겠지만 음악영화의 줄거리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과정에서 음악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격정적으로 표현하거나 음악이 역경을 딛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음악영화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나 여러 일들로 심신이 지칠 때 더욱 찾아보게 된다.

 지난 10월 말 4박 6일의 일정으로 미국 메릴랜드에 다녀왔다. 충북도와 한미생명과학인협회(Korean-American Professionals in Life Sciences, KAPAL)가 함께 추진하는 '한미 생명산업 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출장에는 공무원뿐만 아니라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도내 바이오산업 관련 기업체 대표 및 관계자분들이 함께 하면서 20명 가까운 인원이 움직였다. 미국은 세계 바이오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바이오경쟁력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어(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월드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6위로 중하위권) 관련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성공 여부를 가장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도내 기업들에게 미국에 있는 전문가들과 만나 인맥을 쌓고 기술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추진한 사업이 바로 이번 콘퍼런스로, 올해로 협회와 손을 잡은 지 4년째가 된다.

 출발 전 편도 13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하는 걱정과는 달리 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우리도 소개 자료를 체크하고, 동행한 기업인이 추천해주신 다큐멘터리(식물 중심의 유전자가위를 연구하는 기업으로, 현재 개발 중인 기술과 관련된 '식물공장' 영상을 꼭 보라고 강조)를 보다보니 도착이었다. 도착과 함께 시작된 출장 일정의 핵심은 동행한 기업별 맞춤형 미팅과 네트워크 구축이었다. 이번 콘퍼런스에 함께한 기업들은 의료기기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는 연구기업, 임상시험병원, 신약효능검증기관 등 분야도 다양하고 출장 목적도 다양하다보니 패키지관광 식의 일정은 무리였다. 이를 위해 출장 전에 협회를 통해 콘퍼런스에 사전 등록한 전문가와 1대 1 미팅 일정을 논의하는 한편, 출장 몇 달 전부터 도 공무원들의 개인 인맥까지 동원해 현지 공무원, 코트라(KOTRA) 워싱턴무역관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미국사무소 관계자 등을 통해 현지 기업인이나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콘퍼런스도 바이오산업 개발에 필수적인 과학자와 기업인, 승인절차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관계자, 그 밖에 로펌 관계자와 투자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리인지라 그곳에서의 네트워킹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에 체류한 기간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기업들은 기술발표와 전문가들의 냉혹한 질문과 평가에 대응하느라, 우리 공무원들은 기업별 일정을 체크하랴 콘퍼런스 챙기랴 정신이 없었다.

 음악영화 이야기를 하다 갑작 미국 콘퍼런스 이야기가 웬 말이냐 하시겠지만, 나에게 음악영화, 그 속의 음악들이 인생 위로가 되는 수단이라면 우리 도내 바이오기업에게 이번 콘퍼런스가 그런 의미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획의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이다. 출장 마지막 날 가졌던 참가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시기에 딱 필요한 미팅이었다', '고생했다', '내년에 또 오고 싶다'는 말을 들으며 다행스럽게도 이번 행사가 그저 '행사'로 그치지 않았음에 보람을 느꼈다. 지면을 빌려 이번 콘퍼런스를 준비하는 데에 고생한 우리 직원들, 오송첨복재단 관계자들, 멀리 미국에서 우리의 잔소리에 시달린 협회 및 여러 기관 관계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더불어 내년에는 더 많은 도내 바이오기업이 이 콘퍼런스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그만큼 준비하는 우리는 손발이 더 바빠지겠지만.

 오늘의 끝은 영화 '비긴어게인'에 나오는 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That's what I love about music.
 All these banalities suddenly turn into beautiful pearls.(내가 음악을 이래서 좋아해, 모든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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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