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약 15년 뒤 204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불과 약 5개월전의 전망치가 0.6%였다는 점에서 5개월만에 0.1%로 크게 낮아진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최근의 불확실한 사회경제적 상황이 잠재성장률을 더욱 낮춘 것으로 해석된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 없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완전고용 하였을 때 실현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실제 성장률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잠재성장률의 감소세가 빠르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잠재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수요증가를 위한 경기부양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뿐 실질 경제성장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 성장은 80년대 9.5%의 정점을 지나면서 매 10년마다 약 2~2.5%씩 감소하였는데, 2025년에는 2%에도 못 미치는 약 1.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함정은 현실화되었으며, 과거 고도성장시대에 맞춰 만들어졌던 각종 사회제도와 규범, 그리고 규제 등은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적합하게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0% 대의 잠재성장률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부정적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성장의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의 분배욕구는 더욱 커져, 분배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과거 성장시대에는 현재의 불평등 상황에 대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인내하였으나, 제로 성장 혹은 역 성장의 시대에는 빈자가 가난을 탈출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단은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라는 보고서에서, 전 국민의 약 54.9%가 장기 울분(鬱憤)을 가지고 있으며, 30대와 저소득층일수록 높은 울분상태에 있다고 발표하였다. 울분이라는 말 자체가 "빽빽한 분노"를 뜻한다는 점에서, 억압된 분노는 저성장 시대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수면 위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러한 장기적 울분상태는 사회적 차원의 노동생산성을 악화시켜 잠재성장률 감소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요인은 노동투입, 자본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투입은 저출생·고령화로 인하여 양적으로 절대적 감소추세로 돌이키기 매우 어려우며, 특히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노동생산성을 급속히 낮추게 되어 실효 노동투입을 감소시킨다. 자본투입이 어느 정도 노동투입 감소를 방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체화된 기술 및 노동의 부족이 애로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의 감소세를 지연시키거나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총요소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직접적으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R&D 등을 통한 기술혁신, 규제개선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 건전한 노사관계를 통한 노사협력관계 조성, 여성노동력 활용을 위한 여성 친화적 근로환경조성, 경영혁신, 교육개혁 등을 꼽을 수 있다. 좀 더 광의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즉, 사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력정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며, 그 보상이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금전적 가치만을 얻기 위해 약육강식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는 사회적 신뢰를 쌓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오히려 불신과 좌절만이 증가할 뿐이다.
결국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하려는 의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사회구조의 개혁이 문제해결의 열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