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경제를 이길 수 없다

생각의 생각

2024.11.19 14:20:25

정초시

후마니타스 포럼 대표

트럼프(Donald John Trump)가 11월 6일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131년 만에 비연속연임 대통령이 된 것이다. 2번에 걸친 미 하원 탄핵소추안 가결, 세 번에 걸친 검찰 기소, 2020년 46대 바이든 대통령 당선 대선불복 선언, 2021년 1월 20일 미의사당 난입사건 배후 등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르고서도 당당하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미국 국민들을 트럼프의 무엇을 보고 세계 정치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미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을까. 경제일 것이다.

그런데 더 의문이 드는 것은 미국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성장구조가 견실하고 물가도 상당부분 안정되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에 대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히려 경제문제로 트럼프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2024년 3/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2.8%, 물가상승률은 2.1%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였다. 그러나 유권자가 투표를 할 때는 GDP, 상품의 가격 총합의 지수형태인 물가상승률 등의 거시지표가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소비하고 소득을 버는 일자리의 안정성 등을 보고 투표를 한다. 많은 유권자들은 거시지표의 상관성이나 연과효과를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한다.

미 대선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전체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가장 큰 이유는 2020년에 발병한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 위한 막대한 유동성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코로나라는 외생적 충격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지, 정책의 실패는 아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이러한 사정보다는 당장 자신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체감하고 그것을 현 정부의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자유무역으로 인하여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일자리는 외국 이민자들에게 빼앗기며 미국 제조업이 침체하는 이유는 동맹국의 약탈 때문이었다는 폭언까지 하며, 미국 국민의 경제에 관한 불만을 트럼프는 교묘하게 역이용하여 바이든 정부의 경제실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가운데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미국 주도로 자유무역의 상징인 WTO가 창설될 때, 중국은 미국의 적극적인 권유로 가입하였고, 중국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여 "세계의 공장"이라고 부를 만큼 세계 제조업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한국도 세계 자유무역시장이 열리면서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이차전지 등 첨단 제품의 경쟁력을 쌓아가면서 선진국에 진입하기까지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유무역은 악이라고까지 공언하며 극단적인 반 이민정책, 과도할 정도의 관세부과 등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을 '관세맨'이라고 부르면서 중국에는 60%의 관세, 기타 무역상대국에게는 10~20%의 추가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어 세계 무역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크다. 지나치게 해외의존을 높였을 때, 통제할 수 없는 해외변수에 의해 국내경제가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수기반의 경제를 증진시켜야 하는데, 내수는 서민들의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거시지표 관리보다 서민들의 체감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1992년 미 대선에서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빌 클린턴이 정치 명문가 조지 부시의 재선을 누르고 미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부시는 걸프전을 단기간에 종식시켜 국민적 지지도가 80%에 이를 정도였으나, 레이건 이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의 후유증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서민들의 불만이 않았는데, 클린턴이 경제문제를 파고들어 결국 승리하였다.

당시 클린턴이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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