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이제는 복지로 접근해야

2025.05.08 14:57:43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이제 시내버스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고령자와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 인프라로 인식하고 예산 구조를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전국적으로 대중교통 이용률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급감했다. 이에 따라 버스 업계는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적자 운영이 일상화되었고, 청주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문제해결을 위해 준공영제나 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급증하는 운행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한 비용지출의 급증으로 지자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내버스 운영을 교통 부문이 아닌 복지 부문 예산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점차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시내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일상생활 유지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와 장애인, 저소득층 등 교통약자에게 시내버스는 병원, 시장, 복지시설로 향하는 거의 유일한 공공수단이기 때문이다.

예산 구조의 한계와 정책적 전환 필요성

지금까지 시내버스 운영에 대한 보조는 주로 교통특별회계나 일반회계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점점 커지는 손실에 대한 급증하는 예산을 감당하기엔, 이와 같은 지자체의 재정 구조로는 분명한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고령 인구 비중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향후 대중교통의 '수요'는 감소해도 '보전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교통수단이 복지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교통정책으로만 접근하고 있는 현실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도 교통 부문이 아닌 복지부문과 연계해 보다 구조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자체들의 제도적 움직임

이러한 인식 전환은 이미 일부 지자체에서 제도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령자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보전을 복지예산과 연계해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수원시는 일정 연령 이상 시민에게 무상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조례를 마련했다. 또한 전주시는 '시내버스 공공성 강화 및 교통복지 실현 조례'를 통해 시내버스 운영에 대한 복지적 접근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청주시 의회에서 제안된 고령자 무료 이용 요구에 대해 청주시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바 있듯이, 이러한 제도적 움직임은 단순한 재원 이전이 아니라, 교통약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복지와 교통의 통합정책 기반을 형성하는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복지와 교통의 융합이 가져올 효과

복지예산과의 연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책적 이점은 명확하다. 첫째, 중앙정부의 복지재정과 연계하여 지자체의 부담을 분산할 수 있으며, 둘째, 복지서비스와 연계된 통합 플랫폼(예: 이동 보조, 돌봄서비스 연계, 건강관리 지원 등) 을 통해 고령자 복지를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이동권을 사회서비스 체계 안으로 포함해, 단순한 '이동'을 넘어서 '삶의 질 향상'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내버스의 복지적 전환은 사회통합의 전략이기도 하다. 교통복지 개념은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 고독사의 원인인 고립 예방, 고령자들의 건강증진 등 다양한 부문과 연결되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단계적 전환과 정책 연계의 필요성

모든 지역에서 일괄적으로 시내버스를 복지로 전환하긴 어렵겠지만, 고령자 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 도시 외곽 교통 사각지대부터 우선 적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복지부와 국토부, 지방정부 간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법령과 지침을 정비함으로써 시범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복지형 시내버스'를 위한 통합 재정 지원체계, 복지교통지표 기반의 예산 편성, 지역 맞춤형 교통복지 전략 등이 요구된다.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이동할 수 있다'라는 것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존엄한 삶을 가능케 하는 기본권이다. 특히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의 이동은 사회 참여와 건강 유지, 고립 방지와 직결된 필수 조건이다. 시내버스를 이동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의 기초 인프라로 전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의 관점에서 교통을 바라보고 정책과 예산 구조를 바꾸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시내버스는 교통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정책의 출발점으로 재정의돼야 한다. 6월 3일에 치러질 대선에서 공식의제로 채택되어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서 고령화 시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이동권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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