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 올해는 0.7대 아래로 떨어질까 걱정이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2020년 1.0대가 무너지면서 2023년 0.89로 선방하였지만 감소세는 여전하다. 인구문제는 저출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화추세와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내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저출생의 결과로 생산가능인구는 점점 감소하는데, 사회적으로 부양해야할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니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 회의가 드는 이유이다.
고령화는 오래살고 싶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욕구로 인해 그 수요는 무한하다. 여기에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이오산업, 의료 환경의 개선, 고령자복지체계의 개선, 실버산업 성장 등으로 인해 고령화 추세는 불가항력이다. 과거 진시황제만이 영생을 꿈꿨으나, 이제는 관리만 잘하면 누구나 오래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저출생의 문제는 조금 다른데, 그 이유는 저출생이 대부분의 경우 부모의 자발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과거 여성에게 억압적인 사회경제체제와 피임방법이 없었던 시대에는 여성의 출산선택권이 없었으나, 요즘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여성의 출산 자기선택권이 보편화되어 있다. 따라서 저출생이라는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배경에는 여성이 저출생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저출생의 원인으로는 수 없이 많은 사회구조적 요인이 있을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한국사회에 내재해있는 과도할 정도의 극심한 경쟁을 꼽고 싶다. 자본주의 경제 자체가 경쟁을 통해 유지되고 확장된다는 점에서 경쟁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경쟁이 특정 가치, 특정 분야 등을 지향하는 단선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화폐가치의 실현이라는 한 방향으로의 경쟁이 모든 경제주체들을 극심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러운 결과로 사람들 간 서열이 매겨지며,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다리에 있는지를 가늠하고 치열하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런데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고 자포자기한다.
아마 개인이 겪는 가장 극심한 경쟁은 교육경쟁일 것이다. 교육경쟁에서 이기는 자들이 다음 단계인 취업경쟁, 결혼, 자녀, 직장생활, 노후 등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경쟁도 개인의 타고난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능력에 더 많이 좌우된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한국은행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2023년 가계소비지출의 22.5%를 교육에 쓰고 있으며, 이중 학원비 지출은 전체 소비지출의 19.6%를 차지하여 사교육을 통해서라도 교육경쟁에서 승리하려는 무한한 욕구가 드러난다. 그런데 상위권 대학의 입학생을 잠재적 능력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분해하였을 때, 후자가 약 75%를 설명한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능력이 높은 계층은 가계 소득수준도 높을뿐더러 거주지도 서울 등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수도권집중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5로 세계 최하위이며 청년 자살률이 최상위인 인 이유가 설명이 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이 핵심 과제임이 명확하다.
저출생 극복은 한 가지만의 답이 없다는 것이 정책 딜렘마이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이다. 충북은 작년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속가능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금성 지원 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요인과 문화·가치관의 변화를 통해 여성의 자발적 출산선택권이 높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 현금성수당지원과 더불어 양육에 필요한 인프라 지원을 동시에 수행할 때, 그 효과가 훨씬 크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