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2025.02.23 15:18:52

안호종

프리랜서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불가피하게 뙤약제 아래를 걸어야 할 때 보통, 어떻게 걸으셨나요. 아직 바람이 꽤 차가우니 미쳐 기억이 나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보통이지 조금이라도 햇빛을 조금이라도 덜 받으려고 몸을 비틀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아마도, 생물학적으로 조금이라도 생존의 확률을 높이는 행동으로써 당연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하지만 우리와는 정반대로 행동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사막에 주로 사는 '낙타'입니다.

낙타의 기원은 아메리카 대륙입니다. 중남미 열대우림의 포식자들에게 점차 북쪽으로 밀려나다가 기원전 180만 년 전쯤의 빙하기에 북 아메리카 대륙과 시베리아 사이의 베링해가 얼어붙어 연결되어 있을 당시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가게 되었답니다. 눈에 빠지지 않고 걷기 위해 발이 발굽형태로 진화했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양분을 저장하던 등 위의 혹은 더운 기후에도 적응성이 있게 해주었습니다. 포식자가 많은 밀림과 시베리아, 산간 지역을 피해 아주 더운 사막에 정착한 낙타는 심지어 추위를 막아주기 위해 두터워진 털들 또한 햇빛을 막아주는데 효과적이게 되었습니다.

한 편, 한 때 나라 전체 GDP의 10%가 가발산업에서만 나오던 나라가 있습니다. 어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소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인구가 2천500만 명이 넘던 196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던 한국은 2024년 글로벌 총 수출액 순위 6위, 다시 또 말 그대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석유제품의 수출액이 2022년 기준 전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보다 100배나 작고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캘리포니아보다 4배나 작은 대한민국에서 쓰고 있는 기적입니다.

해안선이 넓어 역사적으로 외적으로부터 수비가 쉽지 않았고, 주변에 세계적 강대국들이 많으며 기후가 극단적이어서 온갖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내야만 했던 한반도의 우리 선조들이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낸 말 그대로 의지의 한국인들입니다. 한국전쟁 후인 1950년대 식량 등의 무상원조에 기반하던 한국은 1960년대 세계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회 인프라 확충보다도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당시의 경제발전 관련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이 '한국이 다신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낙타는, 햇빛을 피하지 않습니다. 태양을 바라보며 앉습니다. 심지어 해를 따라가며 바라보며 앉습니다. 비록 햇빛이 따갑더라도 햇빛과 닿는 면을 최소화해 결국은 더위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힘을 비축하며 능동적으로, 적응성 있게 살아내었던 우리 한국인들과 참 비슷하지 않습니까?

필자의 이어폰에서는 MIKA의 Happy Ending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그는 한 때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던 하지만, 지금은 내전과 각종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레바논 출신의 가수입니다. 부서진 고향의 평화와 재건을 염원하며 전 세계에서 노래하는 MIKA의 열망이 노래 내내 느껴지는데요. 한국에도, 레바논에도 Happy Ending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이제 한 달만 있으면 새 생명의 씨앗들이 움이 틀 터인데요. 찬란한 시작을, 찬란한 마무리의 노래와 함께 해보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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