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던데

2024.12.29 15:11:26

안호종

프리랜서

자원의 저주, 혹은 다이아몬드의 저주라고 하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것입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경제적 발전, 민주주의의 발달과 산업 발달이 그렇지 않은 나라에게 역전당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주로 리비아, 콩고, 수단 등 우리가 흔히 '제 3세계'라고 하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에서 자원의 저주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약한 정부의 군사력, 경제력과 강력한 지방 군벌, 무장 갱단 간의 끊임없는 전쟁은 물론, 유럽열강의 책임 없는 국경선 긋기로 인해 발생하는 부족간, 민족간, 국가간 발생하는 전쟁이 끊임이 없는 현대 사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GDP를 합쳐도 한국의 GDP보다 작은 시대에 살고 있기에 그 국제적인 주목도는 현전히 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내의 전쟁은 주로 부족 간의 문제에 기인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옳은 말은 아닙니다. 강력한 자본주의로 무장한 서구의 국가들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혼란, 내전상태로 몰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무장 갱단들은 다른 군벌 세력을 타도하기 위해 금광,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등과 무기를 교환합니다. 그 무기는 다시 다른 금광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대다수의 무기는 영국, 프랑스 등 다시 과거 제국주의 열강국들에서 오고 있습니다. 무기도 팔고 자원도 얻지만 희생은 없는 철저하게 일방적인 계산서입니다. 거대 글로벌 자본주의 기업들은 해당국과의 거래가 아닌 지역 무장단체들과 직접 자원을 거래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름은 풍부하지만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아랍 에미리트 같은 중동 국가들은 에티오피아같이 가난하지만 영토가 넓은 나라에서 식량을 생산해서 본국으로 보내는 등의 농업 식민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슬로베니아 수도에 위치한 류블랴냐 대학의 교수 슬라보이 지제크는 본인의 칼럼에서 '풍부한 광물이나 석유의 저주에 걸린 아프리카 국가의 분열을 유지하는 경향은 국가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값싼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전략이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바로, 강력한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한 나라들이 아프리카가 분열된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뜻입니다.

또한 우리는 메타, 구글 등 첨단 IT기술로 무장한 기업들(특히 미국에 편중된)에 의해 새로운 봉건제로의 사회로 가는 중입니다. 동시에 한창 내전이 진행중인 수단이나 콩고와 같은 국가에서는 지역민들이 군사조직들의 지배를 받는 중세적인 의미의 봉건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세적 봉건제도와 신 봉건제도가 융합되고 있는 잔인한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2주 전, 길을 걷다가 사람에게 침을 뱉고 닦아주는 척 하며 물건을 훔치는 소매치기를 당했습니다. 주변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경찰서를 세 군데 방문했지만 가장 큰 '서' 급의 경찰서에서는 (비록 주말이었지만) 뒤를 봐준 대가로 받은 맥주들을 궤짝 째로 쌓아두며 술을 마시는 경찰들이 저에게 합류를 권했습니다. 천연 자원이 없는 곳에서는 이처럼 다른종류의 자원이 보다 직접적이고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소매치기 당한 당일에 바로 휴대폰을 구매할 때에는 사기를 또 당해서 한 단계 아래급을 윗급의 가격을 주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들을 이렇게 몰아붙일 수 밖에 없게 만든 데 대한 선진국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죄책감까지 느꼈다고 하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미지의 대륙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이 좌절과 포기로 변해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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