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지금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전 국가 아니, 전 세계적인 보건 위협 상황입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 유행 상황에서 2020년 초 그러니까, 팬데믹 초기에 한 사람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에 논란이 될 만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그리고 '일 안 하면 월급 못 받는 그룹'이 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2020년 3월 14일 자신의 sns에 올린 내용입니다. 조 교육감은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으로 치부된 교사와 여타 관련 시민단체들에 "조 교육감은 이분법적인 사고로 교원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그 명예를 훼손했으며, 또한 자질이 의심된다며 정확한 해명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에 조 교육감은 "한 교육 공동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차별받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해명했는데요.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 교육감의 서툰 공감은 많은 이들의 비판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 모두가 전 국가적 코로나 감염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기에 일어난 특수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그렇기에 이 사건은 또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은 대목입니다. 이를 지지해줄 만한 예로, 한 교사가 자신의 sns에 어차피 내일(원래대로 개학했다면, 아이들이 등교했을 날) 출근 안한다며 술을 마시는 내용을 공유해 파장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조 교육감은 이런 부분을 꼬집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논란 이후, 조 교육감이 말한 (교육계에 한해) '어려움이 있는 분들', 즉 도서관 사서, 방과 후 돌봄 교사, 급식 조리사 등(거의 모든 종사자가 계약직 혹은 무기 계약직인 이들)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됐습니다. 모든 화살이 조 교육감에게 돌아갔기 때문인데요. 비교적 팬데믹 초기에 이러한 논란이 일었기에 대체인력 투입, 실효성 있는 대체인력제도 마련·정비, 휴교 시 이들의 임금문제, 대체식 제공(조리원들의 코로나 확진 시, 남은 조리원들의 과도한 업무분장 방지를 위한) 의무화, 단축수업 등의 대책마련이 선제적으로 논의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현재 이런 상황이 2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보다 못한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학교 급실실의 인력공백 해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전북 학교비정규직 연대회의'는 2022년 3월 15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 확진으로 인원에 공백이 생긴 급식실에 대체 인력이 투입되지 않고 있다"며 "전북교육청은 대체인력 투입 등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과 전면 등교 시행으로 시차 배식, 방역, 위생 등의 업무가 추가돼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명감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늘어난 업무를 감당해 내고 있다"며 감정으로 호소하는 한편,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상황을 방관하고 대체인력 문제를 오롯이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필자는 이전에 식당을 운영했고, 군 생활 중 취사병으로 복무했기에 이들의 힘듦이 가슴 깊이 공감이 됩니다. 그래서 그 요구조건이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온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네 어머니들의 손등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극단적이며 생존이 위협받는 원초적인 사회가 되니, 이전엔 드러나지 않았던 사회적 갈등과 차별, 현실적인 제약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거나 어려움을 겪으며 차별받고 있습니다. 노력과 열정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서툰 공감을 하는 노력을 조금은 더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