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가칭 '증도가자'(證道歌字)를 소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서울 인사동 고미술 컬렉션인 다보성고미술측이 해당 금속활자를 공개했으나 구입경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적지 않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년전 아무개씨가 청주고인쇄박물관을 상대로 "고려 금속활자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 이의 매입 의사를 집중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2일 서울 다보성 고미술전시관측은 당초 약속대로 남권희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직지를 찍은 금속활자보다 138년 앞선 것이라며 △明 △所 △於 △菩 △善 △平 △方 △法 △我 △福 △不 △子 등 12개의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이날 오전 공개했다.
서지학자인 경북대 남권희 교수가 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고미술 컬렉션인 다보성고미술에서 금속활자 12점이 '증도가자'(가칭)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남 교수 등은 기자들의 잇딴 질문에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구입했다' △'그 개인은 전에 개성에서 일본으로 가져온 것으로 안다' 정도로만 답했다고,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청주고인쇄박물관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그는 "나는 소유자가 아니며 단순히 연구자일 뿐이다"라며 "소장자가 앞으로 연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수년전 아무개씨가 "고려 금속활자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 이의 매입 의사를 집중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증도가자 금속활자와의 관련성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당시 활자 1개 값으로 수백만원이 제시됐으나, 청주시가 진-가품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으면서 활자를 매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당시 고려 금속활자를 소장하고 있다는 사람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아무개 씨가 대리인 역할을 했다"며 "이와 관련 당시에도 '북한 개성에서 출토된 것이 흘러 들어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금속활자가 무려 12개에 이르는 점도 또 다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려시대는 금속활자로 또 다른 책을 찍을 경우, 앞서 사용한 활자를 다시 녹여 재사용했기 때문에 현존하는 활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존하는 고려시대 금속활자는 남한과 북한에 각 1개씩만 존재하고 있다.
실제 청주시는 지난 80년대 직지를 찍은 흥덕사지 금속활자를 찾기 위해 일대를 금속 탐지기로 수색했고, 또 무심천 하상까지 뒤졌으나 금속활자를 발견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임진왜란 때 흥덕사가 불타면서 금속활자가 녹아 없어졌을 가능성 △흥덕사는 직지를 인쇄한 곳이고 금속활자는 다른 곳에서 주조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당국은 문화재 국외 유출에 엄격하고 국내 유입에는 다소 관대한 면을 보여왔다"며 "그러나 이번 경우는 워낙 사안이 중대한 만큼 활자 구입경로 만큼은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