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반가사유
최예숙
한국현대시인협회
의자에 앉은 쓸쓸한 여자가 눈꺼풀을 내리 깐다
눈은 응시할 곳을 찾다 초점을 잃고
무심히 더듬던 주름진 손등
도드라진 퍼런 핏줄을 쫓아가다 엇갈리는 길처럼
의식의 발자국들 흐려진다
가늘게 남은 생각들 느린 맥박에 기대어
저녁으로 걸어가는 노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내 것도 누구의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쫓아
뒷골목에서 서성거렸던 어제의 내가 창가에 김처럼 서린다
눈에 어떤 소리가 남았을까
마알간 귀로 저녁이 풀어놓은 허공을 본다
노을이 여흔 미소를 짓는다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음의 웃픈 웃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