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자랑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세계 최고(最古)'라는 타이틀을 내줄 것인가.
지난 1일 경북대 남권희(54·문헌학) 교수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 1377)'보다 무려 138년 이상 앞선 시기의 금속활자인 '증도가자(證道歌字, 가칭)'가 발견됐다고 주장함에 따라 직지의 위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청주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증도가자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공인된다 하더라도 직지는 계속 '세계 최고(最古)'다. 직지와 증도가자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지는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다시 말해 금속활자로 인쇄한 남아 있는 책 중 가장 오래된 책이라는 얘기다.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2일 언론에 공개한 '증도가자(가칭)' 금속활자 12점
이에 반해 증도가자는 '금속활자'다. 이 활자로 찍어낸 금속활자본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활자 자체도 아직 세계 최고(最古)로 검증되지 않았다. 설령 공인된다 하더라도 직지와 분야가 다르다. 따라서 교과서가 바뀔 이유도, 인쇄 역사가 바뀔 이유도 없다는 게 지역 서지학계의 반응이다.
한 전문가는 "증도가자의 발견은 우리나라 금속활자 문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시킨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직지와 분야가 다른 만큼 서로 상보적인 관계로 접근해야지 경쟁적인 면에서 바라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직지를 바탕으로 건립된 청주고인쇄박물관도 태연한 모습이다. 오히려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청주직지축제'가 제대로 홍보됐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증도가자가 발견됐다고 해서 직지의 위상이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기회에 시민들이 금속활자와 금속활자본의 차이를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