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다. 2024년 12월 이후 한국은 비상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 그리고 선거 국면 속에서 불안정과 혼란의 와중에 놓여 있었다. 이 시기 동안 무수한 언어들이 공중파와 SNS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게시글로, 댓글로 혹은 시위와 선거 운동의 구호들에서 혹은 토론과 대담의 정치 담론들에서 혹은 개인의 정치 잡담 등에서 무수한 형태로 분출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과 해석이 뒤섞이고 진실과 거짓이 서로 자리바꿈을 하며 언어의 춤사위를 벌이는 동안 국민은 인내심을 갖고 불안과 혼란을 감내해야 했다. 따라서 새 정부의 탄생은 그동안 난무했던 무수한 언어들의 문화적 공론장 속에서 국민이 도출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다양한 매체들이 출현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언어들이 다양한 형태로 유행하거나 담론을 형성하는 경향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담화 상황이 온라인으로 대거 옮겨가는 추세가 증대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르고 쉽게 언어들이 다양한 매체를 타고 흘러 다닌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온라인 매체들 속에서 움직이는 언어들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과 윤리 의식은 더욱 희박해져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특정 개인이나 유명인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너무 많다. 온라인의 특성상 폭력은 주로 사실과 해석을 교묘하게 편집하고 재구조화한 영상이나 언어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직접 육체적 폭력을 행하지는 않지만 교묘하게 재편집된 언어들로 특정 개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죄를 묻는 양상이 더욱 횡행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침묵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폭력을 행하는 데는 언어의 역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언어는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큰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나 언어를 활용해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면서 사실과 판단을 뒤섞고 왜곡과 거짓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사용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콘텐츠 속에서 난무하지만 이에 대한 윤리적 규제나 법적 조치는 더욱 어려워지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군중심리를 파고드는 유혹적인 언어의 마술 속에서 깊은 성찰 없이 쉽게 이러한 담론을 추종하게 될 확률이 높아져 가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부터 새 정부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마주했던 것은 이러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언어들이 형성한 거대한 담론장이었다. 그리고 이 속에서 누군가는 상처받은 희생양 누군가는 잔인한 가해자 또 누군가는 무관심한 방관자가 되기도 했다. 언어는 그 자체로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을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언어가 지니는 가치와 힘 그리고 의미는 매우 달라진다. 언어가 천 개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지금은 언어가 구조화되는 맥락과 상황을 예리하게 판단하는 현명한 개인의 노력이 더욱 요청하는 시대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