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통해 키우는 마음의 근력

2025.04.15 14:24:00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한국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고령 인구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요즘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과 관련된 다양한 건강 담론들이 부쩍 늘어난 게 느껴진다. 예전과 달리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고령자들도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다 보니 실생활에서 최근의 건강 이슈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사례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건강이나 운동 관련 이슈들이 아무리 넘쳐나도 실제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마음먹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습관을 내면화하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아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현재 내 나이 때부터 조금씩 편찮으셔서 이른 나이에 심장이식 수술을 하셨고 이후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병을 관리하셨으나 결국 세상을 등지신 아버지는 건강과 마음의 관계에 대한 많은 질문과 고민을 내게 유산처럼 남기셨다. 일찍 편찮으셨기 때문에 가족들이 끊임없이 건강과 운동에 대해 말씀을 드렸으나 아버지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미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꾸준히 운동하러 나가는 과정이었다. 여유가 있을 때 혹은 몸이 좀 힘들 때 가끔 하는 운동은 결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식이 아니다. 힘들어도 꾸준히 오랫동안 운동을 하면서 그것이 정신적 위로와 성취의 방법이라는 걸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운동은 삶의 일부가 된다. 운동은 마음의 근력을 키워 가는 과정 자체이다.

나는 이것을 어머니를 보며 다시 환기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전담 간병인이었던 만큼 어머니는 오랫동안 고된 시간을 견뎌 내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늘 그래 왔듯이 걷고 움직이시면서 깊은 상실감과 슬픔을 잘 이겨내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된 노동처럼 보이는 어머니의 일과 운동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운동을 꾸준하게 해 왔다고 자부하는 나 또한 겨우 최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것을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는 중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는 때로는 어떤 운동이 좋다고 해서 때로는 군살을 빼기 위해서 때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등 어떤 이유를 대면서 운동을 해 왔다. 그러나 이유를 만드는 순간 그것이 사라지면 운동은 멈추게 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특별히 이유를 따지지 않고 새벽 운동을 시작했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은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맥락도 없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을 해낸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새벽부터 해냈으니 오늘 무슨 일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구쳤다. 당시 우울한 감정이 있던 터라 감정의 변화가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일상의 작은 신체 활동이 마음의 힘을 키우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운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유행을 추구하거나 남의 말에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외부의 요소들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작은 신체 활동이라도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것을 통해 운동의 습관을 내면화함으로써 마음의 근력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의 희열을 만끽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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