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성찰하기

2024.08.26 14:08:33

한영현

세명대학교 교수

우리는 매일 하루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과 다양한 관계를 맺다 보면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관계의 행복과 기쁨 혹은 슬픔과 분노 등에 직면한다. 그런데 '사랑'은 모든 인간의 관계 형성에 있어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상대에 대해 느끼는 '사랑'의 성격과 질에 따라서 관계 양상 또한 매우 다양해지고 극적으로 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계가 행복하고 기쁨에 넘치는 경우라면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랑' 또한 매우 긍정적인 것이겠지만 반대의 경우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가령,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정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은 이러한 '사랑'을 가장한 왜곡된 관계의 양상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 준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발생한 사건 하나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천만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한 먹방 유투버의 사생활이 의도치 않게 폭로되어 본인이 직접 해명에 나서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어두운 면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사랑에서 시작된 관계가 데이트 폭력으로 확장되었고 나아가 최초의 희생자였던 사람의 취약성을 트집 잡아 여러 사람이 그를 자본 착취의 도구로 삼은 일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계속되는 소문과 왜곡된 사실에 맞서 희생자 본인이 대중 앞에 나서서 직접 해명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과연 지금과 같은 처참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붙잡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사람은 해명 영상에서 자신을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움을 주고자 했던 주변인들에 대한 감사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주변인들이야말로 손해를 생각하지 않고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견지하면서 희생자가 아닌 생존해야 할 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들로 보였다.

한 인간의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요소는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다. 엄청난 폭력과 파괴에 직면한 인간을 살려내는 데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이 스스로 살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처참한 상황에 놓인 인간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사랑으로 자신을 재충전하여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을 형성하는 일이다. 이로써 그는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가 된다. 이것은 자신을 다시 사랑받고 사랑하는 주체로서 다시 호명하고 왜곡된 사랑과 폭력의 부작용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다시 위치 짓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많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보편화되어 가는 삶 속에서 타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 혹은 정서적 연대감은 점차 상실되어 가는 게 현실이다. 때로는 지친 인간 관계에서 벗어나 고독과 자유를 선택하는 게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주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개인이 처한 상황이 평화롭고 안정적일 때 가능하다. 개인의 삶은 다양한 양상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정서적 연결과 연대감을 형성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그 안에서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이자 사랑받는 존재로서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고 삶을 좀더 건강하게 정립해 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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