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했듯이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전 세계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코로나 당시 급격하게 증가한 온라인 플랫폼은 사람들의 경험 세계를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맺기의 성격까지 크게 변화시켰다. 근본적으로 온라인 관계의 가장 큰 이점은 효율성의 극대화와 관련되어 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못할 게 없는 세상이 되었다.
기존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거나 불편했던 거의 모든 일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로 해결 가능해졌다. 코로나 시기 동안 이루어졌던 온라인 플랫폼 학습 효과는 디지털 효율성에 대한 자각 및 내면화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최소한의 비용과 에너지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함으로써 자각한 개개인에게 더 이상 오프라인 중심의 삶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속한 분야에서도 코로나 시기 동안 진행했던 온라인 학술대회와 세미나, 회의 등이 가져온 효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온라인 관계 형성을 통해 오프라인 관계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 시간 소모 등을 인식하고 보니 인간 관계 또한 효율성에 대한 자각 속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 생활의 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되다 보니 디지털 문맹자들에 대한 소외가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이 요즘 사회 문제로 부상 중이다. 실제로 내 강의실 안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번 학기 내가 강의하는 한 과목 강의실에는 20대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70대 후반 고령의 학생이 있다. 나의 강의는 코로나 시기 온라인 강의지원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편됐기 때문에 학생들이 모든 과제와 강의 자료 등의 열람과 제출을 모두 컴퓨터로 한다. 이러다 보니 70대 후반 고령의 학생처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많은 불편과 불이익에 노출될 수 있다. 내 강의실에서는 그 학생을 따로 고려하면 될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디지털 효율성의 증대는 디지털 문맹자들의 소외와 박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게다가 디지털 효율성의 증대는 인간 관계에 필요한 정서적 유대감과 의사 소통 능력 저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나처럼 대학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같은 분야의 선생님들과 이야기할 때 느끼는 것은 대학생들의 선후배 혹은 동기들과의 유대감이 예전과 달리 비교적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강의실 안에서도 동기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인간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의사 소통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얼마 전 보도를 통해 감정을 읽는 챗 GPT가 출시될 예정이라는 뉴스를 접했을 때는 몇 년 전 챗 GPT가 출시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달랐다. 2013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가 개봉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세계는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놀랍게도 영화 속 시대 배경은 2025년이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우리도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고 피곤한 오프라인 인간 관계를 대신해 주는 챗 GPT와 함께 2025년을 맞이하게 되지는 않을까.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 소통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디지털 효율성이 점차 증대하는 현 상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