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더라면

2022.03.13 13:50:38

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낼걸 그랬어"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다. 매달 25일마다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국민연금. 받아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좀 더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몇만 원이라도 더 나오면 정말 좋겠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내고, 더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다.

젊어서 경제활동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돈 몇만 원의 소중함을 노후가 되어 다른 소득 없이 연금에만 의존해 살다 보니 생겨나는 후회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돈이다 보니 공돈 같기도 해 더 좋다. 그러니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연금액이 적은 이유는 뭘까? 국민연금은 본래적으로 적게 받도록 설계되어서 그런가? 아니다. 국민연금도 많이 받는 사람은 월 200만 원 넘게 받고, 월 100만 원 이상씩 받는 사람들도 42만 명이 넘는다. 연금액이 적은 이유는 적게 냈기 때문이다.

연금액을 산정할 때는 연금보험료를 낸 개월 수와 보험료 수준에 따라 결정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적게 냈다는 것은 보험료를 낸 개월 수가 적거나 매달 내는 보험료를 적게 냈다는 말이다. 보험료는 소득월액에 비례하니 보험료를 적게 냈다는 것은 소득월액이 낮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요소가 높을수록 연금액은 많게 되는데 가입기간과 소득월액 중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입기간이며, 가입기간이 두 배로 늘면 연금액도 거의 두 배로 늘어난다. 따라서 연금액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최상이다.

가입기간을 길게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일찍 가입하고, 공백 기간 없이 계속 보험료를 내는 것이 좋다. 직장인들은 회사를 통해 자동으로 납부가 되지만, 개별적으로 보험료를 내는 자영업자들은 본인 스스로가 잘 챙겨야 한다.

연금 받을 나이가 되어 공단을 방문하면 가입자의 과거 가입이력을 꼼꼼히 점검해서 연금액을 늘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상담받게 된다. 연금이 지급 개시되면 그런 방법들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점검과 상담을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한 개인이 평생에 걸쳐 쌓아온 공든 탑이다. 연금청구 시점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그 탑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동안 관리를 소홀히 해왔더라도 이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 가입자가 지금 얼마를 더 내고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늘리는 식이다. '지금 100만 원을 내면 연금이 1만 원 늘어난다.'라고 하면 어떨까. 선뜻 내키지 않는다. 지금 내는 돈 100만 원은 커 보이고, 늘어나는 연금 1만 원은 너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 1만 원은 매달 1만 원씩 더 받게 되는 것이니, 10년이면 120만 원, 20년이면 240만 원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10년은 더 살아야 본전일 거 같은데 그 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배우자도 연금을 받으니 배우자가 사망하면 내 연금과 배우자 연금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말에 머뭇거리고, 배우자가 사망하면 그 연금을 물려받으면 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래저래 셈법은 복잡하고 중요한 결정이라는 생각에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한다.

60세가 되어 일시금을 받으러 왔던 어느 고객은 "몇 개월분만 더 내면 매달 얼마씩의 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어요."라는 상담사의 말에 민원실 소파에 앉아서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그러고도 결정을 못 하고 집에 가서 며칠 더 생각해보고 오겠다며 돌아갔다. 그런데 며칠 뒤에 와서는 일시금을 청구해버렸다. 이제 그 고객의 생애에 국민연금은 없다. 나중에 이런 고객들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때 받은 일시금, 이자 쳐서 반납할 테니 다시 연금으로 받을 수 없나요?" 대답은 '불가'이다.

예비 수급자들이 일시금이나 연금을 청구하는 시기는 57~62세다. 아직은 약간의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몇만 원쯤은 우습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적은 돈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의 1만 원은 지금의 10만 원처럼 커 보인다.

예측 가능한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그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선배 수급자들처럼 후회하며 살지는 말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