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성적표

2019.11.17 15:26:44

이태재

국민연금공단 청주지사 노후준비서비스 팀장

강의현장에서 베이비붐 세대 수강생들을 많이 만난다. 연령대는 비슷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쳐온 직업 생활의 궤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청년 시절에 선택했던 직업,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삶의 의미도 찾게 해주었던 직업들이다. 비록 한날한시에 같은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고 출발했더라도 각자가 살아온 길은 다르다. 그 지나온 삶의 궤적이 또 하나의 출발점인 은퇴를 앞두고 그 출발선을 다르게 하고 있다.

며칠 전 만난 수강생들은 노후준비가 비교적 잘된 집단이었다. 은퇴 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만 해도 월 150만 원대, 160만 원이 넘는 사람들도 많았다. 젊었을 때부터 안정된 직장에 들어와서 상당한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덕분이다. 이들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금도 상당하고, 그동안 축적해 온 부동산이나 금융자산도 있다. 한 마디로 은퇴생활의 출발선이 남들보다 한참 앞서 나가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회사의 배려로 은퇴하기 3년 전부터 체계적인 '은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생애경력설계, 전직지원, 자산관리 등 은퇴 후에도 직업경력을 살려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되고,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도 갖게 된다. 수강생들의 얼굴에도 여유와 기대감이 묻어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여유 있는 노후자금과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은퇴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자료는 나와 있지 않지만, 그 숫자는 정말 미미할 것이다. 노후준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 수령액만 봐도 지난 3년 동안 처음 연금을 받기 시작한 신규수급자의 절반 이상이 월 20~60만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월 100만 원 이상의 수급자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이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은퇴교육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준비가 잘된 사람들이 교육도 더 많이 받고 있다. 준비가 덜 된 사람들은 직장의 배려도 부족하고 본인들의 교육 참여 동기도 낮아 은퇴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들을 주로 만나는 곳은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참여하는 재취업 관련 프로그램이나 고용센터의 실업급여 수급자 교육에서 강의할 때이다. 이미 퇴직을 한 후에서야 은퇴교육을 받게 되는 셈이다. 노후준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대입을 앞둔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치렀다. 유치원 때부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요즘, 그간의 노력 결과물이 조만간 수능성적으로 나오게 된다. 수험생들 모두 수능 성적표를 받아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준비한 노후준비의 성적표는 없을까? 은퇴생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노후준비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를 점검해볼 수 있는 성적표. 우리 공단 노후준비 서비스의 1단계인 '노후준비 종합진단'이 바로 노후준비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노후준비 종합진단은 노후준비의 4대 영역인 소득과 자산, 건강한 생활습관, 여가활동,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해 현재의 노후준비 수준과 유형을 진단하여 점수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진단해본 사람들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 50~60점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부족한 부분은 역시 재무적 준비인 '소득과 자산'이다.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영역인데 준비상황은 가장 열악한 것이다. 나의 노후준비 점수는 얼마나 나올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국민연금 노후준비 서비스' 사이트에 가서 온라인 진단을 해보길 권한다.

노후준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노후자금이다. 노후생활의 기본 생계비이고 아프면 맘 편히 병원에 갈 수 있고, 손주들에게 장난감이라도 사주면서 할아버지 노릇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돈.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준비하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또한 노후자금이다. 노후자금 준비가 이처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우리 공단의 전화 상담에는 '연금보험료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느냐? 왜 강제로 가입을 하라고 하느냐?' 는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나중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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