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를 이겨낸 복숭아 나무가 23일 가지마다 탐스러운 꽃을 피우고 농가를 꽃대궐로 만들고 있다.
ⓒ이수안 시민기자
햇사레복숭아 주산지인 이곳 음성 농부들은 사월 날씨에 민감하다. 개화기인 사월 중순에 눈이 내리거나 서리가 오면 복사꽃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개화기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음성에 앞서 개화기를 맞은 장호원 등에서 과수원 상황이 들려왔다. 서리가 내려 냉해 피해가 심하다는 소식에 이곳 농부들도 팽팽한 긴장감으로 날씨와 과수원을 주시했다.
열흘쯤 전, 음성에도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고 다행히 날씨도 원만했다. 가지 끝에서 한두 송이 피는 것을 신호로 온 밭에서 와르르 고운 꽃이 피어났다. 약 열흘 안팎 진행되는 개화기, 복사꽃은 음성 지역을 온통 연분홍 꽃물로 적시며 꽃대궐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대개의 품종은 개화기가 끝나 수정이 된 상태고, 지금은 늦게 개화하는 몇 품종만이 만개 중이다. 예상보다 약 5일 늦은 개화기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서리를 피할 수 있었고, 수정도 잘될 것 같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은 기후 위기 시대다. 사계절의 예측 가능성은 무너졌고, 농사는 날씨와의 끝없는 머리싸움이 됐다. 매년 달라지는 날씨에 맞춰 새 전략을 짜야 하고, 그 어떤 경험도 다음 해를 보장하지 못한다. 이런 사정으로 올해 복사꽃이 무사히 피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마음은 놓이지 않는다. 올 농사의 첫 고비는 잘 넘겼지만, 수확을 마칠 때까지 날씨는 시시때때로 농부의 애간장을 다 녹일 것이기 때문이다.
농부는 열 번의 실농에도 한 번의 풍작을 기억하며 살아낸다. 봄의 첫 고비를 무사히 넘긴 음성 농부들. 이제는 저마다의 밭에서 다시 하늘과 땅을 믿으며, 올 한 해가 오래 기억될 풍작의 해이길 꿈꾸며 어기여차 힘을 내본다. / 이수안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