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연수동 5일장 어윤혁 사장님 부부가 조미한 김을 숯불에 굽고 있다.
ⓒ박운경 시민기자
"엄마 김이 왜이리 맛있어요? 다른 김하고 달라요?"
떨어져 사는 아이들에게 연원시장 5일장 어윤혁 사장님네 김을 택배로 보냈다.
충주시 연수동에는 5일장이 열린다. 매달 4, 9, 14, 19, 24, 29일에 열린다. 김, 과일, 야채, 건어물, 족발, 과자, 생선, 해조류 등 없을 게 없는,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온 쑥향기가 솔솔 나는 우리네 장터 그 자체다. 작지만 그래서 더 정감있게 느껴지는 곳이다.
연수동 5일장엔 '김'을 직접 불에 구워 파는 곳이 있다. 장에는 어디나 김을 파는 곳이 있지만 어 사장님 김은 특별하게 맛이 있다.
7~8년 전부터 영업 중인 이 곳은 흔히 쓰는 저렴한 막기름을 쓰지 않고 들기름과 참기를 그리고 현미기름을 직접 짜서 쓴다. 우리나라가 김생산 세계 1위를 하면서 김의 가격은 해가 갈수록 오르지만 남쪽에서 질좋은 김을 공수해오는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김은 더 신선하고 고소하다.
추우면 칼바람을 맞아야 하고 더우면 에어컨도 없는 노점에서 불 앞을 지켜야만 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내와 함께 하는 이 일이 그를 다시금 일어서게 했다.
충주시 연수동 5일장 어윤혁 사장님이 숯불에 구운 김을 포장하고 있다.
ⓒ박운경 시민기자
어 사장님은 인천에서 사업을 하다 10여 년 전 트럭 한 대에 보따리짐을 싣고 어린아이 셋과 부인을 데리고 고향인 충주로 내려왔다.
일주일에 3번 장에 나가 일을 하고 다른날은 김손질을 하며 보내는 바쁜 날들이지만 역시 인생은 성실하게 부지런히 사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실을 준다.
김 장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세 아이들이 공부하고 싶어할 때 주저없이 학원비를 낼 수 있을 때였다고 한다.
깨끗한 집에서 한번 살고 싶다는 아내의 바람대로 새 아파트에 모든 가구를 새 것으로 구입해 아내의 소원도 들어주는 그날,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는 그도 가슴으로 울었다.
장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민원이 들어올 때다. 어 사장님은 연원시장 5일장의 총무로써 민원이 들어올 때 처리한다. 물건 가지고 시비가 붙으면 손님 입장에서 해결을 하다 보면 자신의 주머니에서 사비로 처리할 때도 종종 있다.
오늘도 어 총무님은 연신 김을 구워대면서도 5일장에 어려운 일만 생기면 해결사처럼 달려간다. 그의 바람은 몸담고 있는 연원시장 5일장이 전통을 살려 오래오래 시장이 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활성화된 5일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달리고 달린다.
/ 박운경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