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으로 접어들었다. 산과 들에는 초록 초록하다. 바람결에 나뭇잎이 햇살에 반짝인다. 푸른 잎이 어서 오라고 나풀나풀 반기는 듯하다. 가까스로 강의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강연장은 사람들로 꽉 찼다. 위층을 봐도 아래층을 둘러봐도 어디 앉을 자리가 없다. 귀퉁이 한곳을 찾아 오도카니 서 있는데 어느 안내자가 맨 앞줄에 앉을 공간이 있다고 가리킨다.
며칠 전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다. 칠성면 변두리에 있는 '자연드림'이라는 곳이다. 이곳은 온통 건물이 유럽형식으로 되어 동네가 이색적이다. 주변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여 외진 곳이지만, 웬만한 생활필수품을 파는 마트도 있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갖췄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도 다양하다. 오늘은 자연드림 도서관에서 어느 의학박사의 특강을 들으러 왔다.
특강은 '고지혈증 바로 알기'이다. 고지혈증이 있는 나로서는 솔깃하다. 주제는 고지혈증이 한번 생기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할까? 이다. 강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먹는 약이 무엇일까요? 첫 번째가 감기약이고 두 번째가 바로 고지혈증약이란다.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이 약을 먹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생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집 생활 식습관부터 짚어보면 문제가 많다.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으면 수저 드는 속도가 늦다. 으레 채소는 멀리했다. 안 먹으면 먹게 하는 게 나의 소임일 터인데, 채소는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먹지를 않아 외면한 게 잘못이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식습관을 바르게 잡지 못한 탓으로 나 자신부터 탁한 고지혈증으로 고생 중이다.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 것만큼 위험이 또 있을까. 강의를 듣다 보니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고기반찬의 식습관 문제가 보통 심각하지 않다. 얼마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식생활 개선에 대해 방영됐다.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과 채식을 위주로 하는 사람을 한 달간 비교한 결과 채식주의자가 빨리 건강을 회복했다는 이야기다. 고지혈증은 현시대 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잘 먹어 생기는 괴물 같은 병이다. 물론 나이가 들면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식생활 개선과 근력운동을 멀리했기에 큰 병으로 와전된 것이다.
강사인 자신도 십여 년 전에는 고지혈증과 혈압, 당뇨까지 있었다고 한다. 약에 의지하다 생활개선이 급선무 인듯하여 나름 공부를 하게 됐단다. 강사는 채식과 발효식품을 적극 권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청국장과 김치로도 모자라는 영양을 채울 수 있단다. 맞다. 모든 분이 약인지 채식인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며 파이팅을 외치며 강의는 끝이 났다.
자연드림, 이곳은 유기농 재단에서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가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다. 청정한 자연이 머무는 이곳, 자연드림을 찾는 사람들이 내내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안에 내 가족도 함께 라는 확신을 갖고 드림 마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