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안남면사무소 앞에서 지난달 31일 문을 연 '안남 배바우 장터' 풍경. 이 장터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운영한다.
ⓒ임정매 시민기자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이면 옥천군 안남면사무소 앞에 작은 장이 선다. '안남 배바우 장터'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장터 풍경은 시골의 정이 묻어 있고 흥겹다. 도란도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난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이 지역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의 손길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몇몇은 국수를 말고, 몇몇은 어묵과 떡볶이랑 부침개를 준비한다. 시원한 막걸리도 한잔 덤으로 목에 걸칠 수 있다. 일부는 집에 있던 의류며 직접 가꾼 농산물도 선보인다. 농산물 가운데 갖가지 모종도 나오는데, 장터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니 시골 인심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지역은 45년 전쯤 수몰과 함께 장터 문을 닫았다. 그러다 지난 2011년 12월 이 장터를 부활해 현재까지 이어 오고 있다. 이곳을 잇는 대청호 오백리 길 12구간은 이른바 '푸른 비단길'로 불린다. 유유히 흐르는 저물녘 금강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 사슴의 눈과 같이 아름답다.
면사무소 뒤 둔주봉을 오르면 한반도 지형을 뒤집어 놓은 듯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장터 주변엔 관공서와 카페, 식당이 올망졸망 몰려있다. 면사무소랑 빨간 우체통이 보이는 우체국, 보건소도 있다. 이곳에 있는 카페 '예술공간 안남'에선 종종 전시회와 공연이 열린다. 보은 방향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안남 배바우 작은도서관'도 나온다. 키즈카페와 도서관 느낌을 동시에 주는 이 도서관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혹은 마을 사람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맞다.
오전 느지막이 장이 서는 걸 보면 이 지역 주민의 정서는 한결 느긋하고, 여유로운 것 같다. 개인적으론 그래서 더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장터를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이다. '그 장터엔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나오면 좋겠다. 옛 물건이며 농산물이며 뭐든 괜찮다. 팔리든 안 팔리든 그게 뭐 중요하랴. 구경만 할 수 있어도 좋은 장터일 것을.
군수와 군의원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오는 28일 다시 서는 아름다운 '안남 배바우 장터'를 기대해 본다. / 임정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