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는 선문답(禪門答)이라는 게 있다. 중생심(衆生心), 즉 때 묻은 마음을 밝혀 인간 본래의 깨끗한 마음인 여래심(如來心)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선문답은 얼핏 들으면 앞뒤가 잘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도 어렵다. 선문답에는 진리의 참모습이 금방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다.
선문답은 얼핏 동문서답(東問西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이른바 「사오정 시리즈」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문답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옛날 중국의 천황(天皇)스님이 천황사(天皇寺)에 머무르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그때 이 절 앞에는 떡집이 있었는데, 그 떡집 주인은 신심이 있어 매일 떡 10개씩을 아이에게 들려 보내 천황 스님에게 공양 올렸다.
그런데 천황 스님은 떡 10개를 받을 때마다 그 중 하나를 가져온 아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었다. 날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상해 심부름하던 아이가 하루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천황 스님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네 것을 네게 주는데……." 하는 것이었다.
그 후에 이 아이는 출가하여 천황 스님 밑에 있게 되었다. 그런데 천황 스님은 몇 년이 지나도록 이 출가승에게 설법다운 설법을 해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가승이 하루는 천황 스님에게, "저는 몇 년 동안 스님을 모시고 있었지만, 스님의 가르침을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습니다." 하고 말했다.
"난 너를 만날 때마다 가르침을 해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천황 스님의 이 말에 출가승은 더욱 의아하여, "언제 저에게 가르침을 해주셨다는 말씀입니까?" 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천황 스님은, "네가 떡을 가져오면 내가 고맙게 받지 않았느냐? 또 네가 밥을 가져왔을 때도 맛있게 먹지 않았느냐? 그리고 네가 인사를 하면 나도 머리 숙여 받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단 말이냐·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고 하는 것이었다.
동문서답 같지만, 이 말 속에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진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나라의 여야가 정치 공방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선문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오정」처럼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심오한 진리가 담긴 선문답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서로 「사오정」같은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들 보신과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고자 법과 국민의 주권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득한 욕심에는 분별도 없고 삶의 이치도 있을 리 없다. 그럴듯한 말만 난무할 뿐이다.
마음은 마음으로 통한다. 진정 겸손함으로 국민을 섬기는 공복의 모습이 그리운 때다. 정치인 먼저 법을 지키고 법에 따른 심판을 받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모습이 선문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