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25.01.20 14:55:52

양선규

시인·화가

강물도 언다는 소한(小寒), 대한(大寒)이 지나고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가까이 있다. 어린 시절,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마당에서 세수를 마치고 문고리를 잡아당겨 방문을 열면 문고리에 손바닥이 착 달라붙을 만큼 추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해 보다 금년은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도 훨씬 추운 편이다. 그동안 잡히지 않았던 금강에 얼음이 얼었으니 이제 겨울 추위의 절정이라 하겠다.

나이 들수록 사람들은 옛 시절이 좋았어. 그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세상은 무언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 하고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주변의 지인이나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지나간 옛 시절이 정말 좋긴 좋은가 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다변화 시대에 각 나라와 지방마다 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개인의 생각이 다르고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보니 개인적인 가치나 세계관을 가지고 무엇을 논하거나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공부를 하면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생각할 때가 있다. 한국화나 서예의 유려한 선과 화선지에 녹아들 듯 스며드는 발묵과 묵필이 좋아 젊은 시절부터 아내와 함께 서예를 할 때 항상 머리맡에 두고 염두에 두었던 사자성어다. 옛것을 법도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법고창신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성어로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말이다. 처음 출처는 열하일기로 잘 알려진 조선시대 북학파의 거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며 출전은 연암집 1권 초정집서(楚亭集序)에 있다.

법고창신(2014년 양선규 작).

법고창신의 뜻이 옛것을 법도로 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니 옛것을 익힌 뒤에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으로 과거를 돌아보아 미래를 예측하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논어 위정편(爲政編)에 나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법고창신이 말하고자 하는 그 핵심은 단지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떠한 것을 계승하여 그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명확하지 않다면 여전히 진부함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썩은 흙에서 지초(버섯)가 나오고 썩은 풀이 반딧불로 변화한다." 연암 박지원은 같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누가 썩은 흙이나 풀을 찾겠는가. 그러나 향을 내는 지초와 스스로 빛을 내는 반딧불이 어찌 썩은 흙이나 풀이 없다면 나올 수 있겠는가. 법고창신,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또한 실천 하기란 더욱더 쉽지 않다. 하지만 정확한 검증 없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 가는 요즈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근본도 모르고 살 수 없듯이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살 수 없으며 또한 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살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나 자신을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무엇인가에 떠밀려가듯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떠한 삶을 내세워 걸어가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특히 예술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분발하여 우리 모두 법고창신 하는 마음을 덕목으로 새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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