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걸으면 어디를 가나 눈에 밟히는 게 꽃이다. 노란 개나리, 하얀 벚꽃, 분홍색의 복숭아꽃, 빨간 명자꽃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이원수 시인의 동시 '고향의 봄' 노래가 절로 나온다. 산수유, 매화, 목련 등의 꽃이 순차적으로 피지만 음지나 양지, 또는 지역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사월은 여러 가지 각양각색의 다양한 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계절이어서 한없이 눈이 즐겁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학창 시절을 객지에서 보낼 때와 군 복무 시절, 봄이 되면 저절로 생각나던 노래, 문득 고향이 그리울 때 흥얼거리며 부르던 노래가 「고향의 봄」이다. 어디에 있든 봄은 우리들 마음의 고향을 불러내어 마음에 울긋불긋 꽃물 들게 하여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젓기도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내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생가가 있는 고향, 학산면 지내리 127번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 누나와 다섯 식구가 오손도손 살던 그 동네와 집이 있는 곳이 내 고향이며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다. 봄이 되면 정순네 집 앞 마당에 살구꽃이 피고 우리 옆집 뒤안에는 붉은 작약과 석류 꽃이 피었다. 길가 풀숲에는 개나리 피고 앞산에 진달래 피었다. 오월이 오면 집집마다 노오란 금관 닮은 감꽃이 피었다.
이원수(1912∼1981) 아동문학가는 경상남도 양산군 출신으로 1926년 《어린이》 4월 호에 「고향의 봄」이 당선되어 데뷔 화였다. 일제 강점기에 방정환 선생과 함께 우리나라 아동문학을 싹 틔운 선구자며 근대 어린이 문학과 문화 운동의 거성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고향의 봄」은 그의 대표작이다. 또한 고향의 봄과 함께 그리움의 대표 시 동요, "뜸북 뜸북 뜸북새"로 시작하는 「오빠 생각」, 동요의 가사를 지은이는 이원수 작가의 아내 최순애(1914∼1998)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은 1925년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그리움과 창원 소답리에서 지낸 유년 시절에 대한 향수를 그린 동요다. 그의 아내 최순애가 지은 「오빠 생각」은 도쿄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뒤 어린이 계몽 운동을 위해 서울로 올라갔던 여덟 살 위의 오빠, 최영주를 그리워하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우리들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을 명곡을 탄생 시켰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강산이 변했어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 부르다가 고향 생각과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노래가 동요 「고향의 봄」과 「오빠 생각」이다.
꽃이 지고, 고향을 떠나 이별을 하고, 다시 꽃이 피어나고 또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순환의 우리 삶이, 사계의 저 대자연과 닮아 있으니 그리움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흘러가는 강물과 진달래, 싸리꽃, 복숭아꽃을 보다가 유년 시절로 돌아가 고향의 언덕에서 그리운 것들 그리워하며 「고향의 봄」 동요에 흠뻑 취해 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