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종(芒種)이 지나고 유월 들어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夏至)를 앞두고 있는데, 장마가 오려나 갑자기 30도를 웃도는 영상의 날씨다.
강물도 데워지는 한낮 열기로 쉼 없이 유월 여름의 꽃을 피우는데, 금계국, 하늘바라기, 키 큰 패랭이, 비올라 꽃들이 더위에 시들시들하다. 금강변 밭에서 마늘과 감자를 수확하는 허리 굽은 할머니도 이제 예전 같지 않다며 일하다 마시고 먼 산 바라보며 머릿수건으로 한 손은 이마의 땀을 훔치시고 또 한 손으로는 허리를 두드리신다.
며칠 전 바람도 없는 염천의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영동 문학관에 손님이 오셨다. 자전거에는 심천 여행이라는 연한 하늘색 깃발이 꽂혀있다. 20대의 젊은 두 청년인데, 자전거 여행 중이란다. 슬쩍 보아도 패기만만하고, 맑은 날씨에 배낭에는 접는 우산이 꽂혀 있는 것으로 보아 준비성이 있는, 무슨 일이라도 거뜬히 해낼 것 같은 두 다리에 의지가 충만한 젊은이여서 은근슬쩍 부럽기까지 했다.
문학관 관람 후 시원한 음료와 명함을 건네고 몇 마디 나누는데, 이○형 씨는 의대 본과 4학년이고 강○태현씨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 후 취업 준비 중이란다. 자가용 타고 여행하기도 쉽지 않은 계절인데,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여행 다니는 걸 보니 참으로 대견하다고 몇 마디 격려와 응원을 해주었더니 함박웃음의 큰 선물을 주었다.
자전거 여행의 동기를 물으니,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데, 대전 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심천면 파랑 자전거길 이야기를 듣고 기차를 타고 심천역에 내려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데, 금강 줄기 따라오다가 강태공 올갱이촌에서 식사를 하는데, 식당의 손님 소개로 영동문학관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여행 코스를 물으니 옥계폭포라고 한다. 온 김에 문학관 주변 국악박물관과 국악체험촌의 천고도 보고 가라고 권유를 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심천의 파랑 자전거길 힐링로드는 2016년 부터 영동군 심천면이 여행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전거를 임대해 주면서 특별한 힐링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해 심천역에 내린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자전거인데, 주중에는 심천 면사무소에서, 주말에는 심천역에서 기차표와 신분증만 있으면 간단한 신청서로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심천역을 시작으로 지프네 공원을 지나 강변의 여유로운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코스 중 호서루 정자와 금강을 건너면 영동문학관, 국악박물관, 국악체험촌, 옥계폭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탐방과 체험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자전거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심천은 건축미가 아름다워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934년에 준공한 심천 역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사계절 어느 때나 자전거를 타고 강변 제방 길이나 농로, 드넓은 평원을 달리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캠핑과 배낭여행,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 송도, 묵포 유달산 등의 여행을 했던 기억과 학창 시절 자전거 타고 영동의 금강변을 달리던 길들이 소환된다. 아련한 추억의 흑백필름 스크린에는 아직도 젊은 모습 그대로 자전거에 꿈을 한아름 싣고 푸른 하늘 향해 싱싱 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