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는 평생 간다던데

2024.01.22 13:54:48

김승호

서원고 교사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직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시절의 친구들이 오래 남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교사로서 요즘 학생들의 친구관계가 정말 평생 갈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 수업 컨설팅을 하러 갔다. 요즘은 웬만한 고등학교 2~3학년 수업은 이동수업을 한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 맞춰서 해당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 평소 수업할 땐 몰랐던 사실을 컨설팅에서 발견하였다. 쉬는 시간이 매우 조용하다는 사실이었다.

혹자는 쉬는 시간이 조용한 것을 긍정적으로 볼지 모르겠다. 그러나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 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의 청소년기 학생들이 조용하다는 것은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무언가 부정적 신호일 수 있다. 쉬는 시간에 조용한 학생들이 수업 시간이라고 달라질 리 없다. 50분의 수업 시간 내내 교실 곳곳에 띄엄띄엄 앉은 학생들은 고요했고, 수업 종이 끝나자 부리나케 교실을 빠져나가 다른 교실로 향했다. 수업 전후 1시간 가량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끝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의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교육정책 인식조사>에 따르면, 약 4명 중 1명이 '친구를 깊게 사귀기 힘들다'고 응답하였다. 고등학생은 26.7%로 가장 높았다. 성적이 낮을수록 이러한 인식은 더 심했다. 하위권 학생 약 3명 중 1명이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 원인으로 학생들의 갈등 해결 능력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친구 간에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고 갈등은 항상 부정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관계가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다 보니 학생들은 사소한 갈등도 모두 폭력으로 여기며 이를 피하게 되었다.

실제 인식조사에서 학생의 절반 가량이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해결책으로 18.7%가 그 친구를 멀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이가 나빠질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는 응답은 12%였는데 고등학생은 그 비율이 20%에 달했다. 갈등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 중 11.2%도 '갈등이 생길 것 같은 친구를 멀리해서'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대화로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면 서로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이런 친구가 평생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고등학생들에게 주변 학생은 어떤 존재일까? 전체 고등학생의 22.2%는 '우리 학교 친구들이 경쟁자로 보인다'라고 응답하였다. 2022년 27.8%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상당히 높다. 또 58.1%의 고등학생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이용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사회 곳곳에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문제라는 얘기가 들린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고립이 존재한다. 한참 친구를 만들고 정서적으로 자라야 할 학창 시절이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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