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운천동에 위치한 헤어샵 '아띠헤어'를 운영 중인 남호진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훈기자
[충북일보] “미용을 하던 여동생의 권유로 이쪽 일을 배우게 됐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 업계가 도제식 교육이잖아요. 나보다 한참 어린 선생들을 깍듯하게 모시면서 일을 배워나갔죠.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을 땐 강사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기도 했어요. 직업에 임하는 자세보다는 서열과 수익이 강조된 국내 미용업계의 도제식 트레이닝을 바꿔보고 싶었거든요.”
“미용업계의 이직률은 최상위권이에요. 기술적인 훈련이 되기도 전 샵을 오픈하는 경우도 다수고요. 게다가 눈앞의 이익을 쫓다보니 제살깎기식 영업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요. 결국 불합리하다며 뛰쳐나왔던 환경을 본인들이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 거죠.”
“이 일을 시작한지 7년쯤 됐을 때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이발을 부탁하셨어요. 기분이 참 묘했어요. 당신의 자식들이 미용을 줄곧 해왔는데도 아버진 오로지 이발소만 고집하셨거든요.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다니시던 이발소의 이발사분의 가위질은 뭔가 특별했던 것 같아요. 미용의 기술과 교육으로 넘 볼 수 없는...”
청주 운천동에 위치한 헤어샵 '아띠헤어'를 운영 중인 남호진 대표가 자신의 가게에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김지훈기자
“머리를 자를 때 미용사가 말 거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손님이 의외로 많아요. 물론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도 계시죠. 그래서 손님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미용이란 그런 것 같아요. 머리를 손질하고 관리하는 스킬뿐만 아니라 손님의 성향을 파악해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리는 서비스.”
“몇 년 전인가 고객관리에 실혈을 기울인 적이 있어요. 일일이 엑셀에 고객 연락처를 입력해 시기에 맞는 문자를 보내는 식이었죠. 그런데 그런 건 고객서비스를 가장한 스팸일 뿐이란 걸 알아챘어요. 저 역시 막상 다른 업소의 광고 문자를 받아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뒤로 고객관리는 일절 안하고 있어요. 가장 효과적인 고객관리는 그저 오신 손님들께 진심을 다하는 것이란 걸 깨달은 거죠.”
“처음으로 고객에게 롯드를 말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제가 일을 배우던 선생님이 고객 머리 뒷부분을 제게 맡기신 거죠.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을 다해 말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제가 말았던 부분을 살펴보시더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모두 풀어버리더라고요.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로요. 퇴근하기 전엔 말해주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런 말도 없이 가더라고요. 용기를 냈어요. 선생님을 쫓아가 제 롯드를 다시 풀어버린 까닭을 물었어요. 결국 대답을 얻었죠. ‘디자이너 돼 보면 알아’라는.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어요. 정말 그때 제대로 잘 말았거든요.”
/김지훈·김희란기자